"운다고 주름 밖에 더 생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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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주름 밖에 더 생기겠어"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1.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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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년 남편의 병석 보살펴 온 ... 종로교당 김경후 교도



“여관방 하나에 여섯 식구가 누웠는데, 딱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차피 망해서 집도 절도 없는 신세, 운다고 주름 밖에 더 생기겠어. 그래, 웃자, 이렇게요.”


투명하고 탱탱한 피부, 깔끔하고 고운 얼굴, 하얗고 깨끗한 손. 한 평생 고생이라고는 몰랐을 듯 한 그녀의 모습은 바로 그 여관방에서 만들어졌다.


제법 큰 두부공장을 하다 보증을 잘 못 서 살던 집까지 김경후 교도(종로교당), 허나 그녀는 한 남자의 든든한 아내였고, 네 아이의 강한 어머니였다.



# 여관방 전전하던 세월


“집이라도 한 칸 마련해야 애들 학교 보내잖아요. 그렇게 이 악물고 살면서도 화내거나 한숨 쉬질 않았어요. 그래봤자 내 얼굴만 망가지지 뭐. 얼굴이 다 마음거울인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온 식구가 투잡, 쓰리잡을 하느라 교당은 꿈도 못 꿨다. 교당 못 갔던 동안이라 매 순간순간이 마음공부였던 걸까. 그렇게 마음 잡으며 웃으며 사니 아이들도 하나둘 독립, 1990년대 초반이 되자 다리 좀 뻗고 살 수 있었다. 허나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쓰러졌다.


“중풍에 고혈압이었어요. 처음에는 좀 쉬면 낫겠지 싶었는데 다시 못 일어났어요. 아예 침대 위에만 있은 지는 4년, 쓰러진지는 어느덧 20년이네요.”


# ‘상록수호법상’수상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혔을 부잣집 사모님 같은 이미지, 허나 김 교도의 이 맑고 밝은 얼굴 속에는 이토록 아픈 속내가 있었던 것이다. 허나 교당에서 늘 선배들을 깊이 공경하고 후배들에겐 인자하게 웃는 덕에, 이번 ‘상록수호법상’을 계기로 이제야 속사정을 알게 된 교도들이 여럿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내가 뭐 한 게 없는데 이 큰 상을 주셨어요. 일요일이면 법회, 수요일이면 수요공부방, 월초면 월초기도, 이렇게 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아요. 교당 김장 때나 EM물 만들 때도 선후배님들이 얼마나 많이 오시는데… 게다가 나는 인터넷 사경도 올해 들어 배워서 많이도 못했거든요.”


돈이 많아도, 시간이 여유로와도 해내기 힘든 교당의 크고 작은 행사들. 이 밖에도 교당 아나바다장터며 백일·반백일기도, 갑작스러운 천도재 등등 어느 하나 빠지는 법 없는 김경후 교도, 종로교당 교무며 교도들이 서로서로 다음으로 많이 만나는 얼굴이 바로 그녀다.



# 얼굴이 곧 마음 비추는 거울


“남편이 누워지내기 시작할 때는 교당 못가겠다 싶었는데, 둘째아들 내외가 들어와 사니 되려 더 갈 수 있지요. 모든 일이란 게 순전히 좋은 일만, 완전히 나쁜 일만도 없는 것 같아요.”


열댓살 때 친척언니(김광륜 교도·신림교당)를 따라 원평교당에서 입교, 곧 서울로 이사오면서 원효교당에 신앙 둥지를 틀었다. 남편의 병세가 깊어지던 1999년 종로교당으로 오면서 이내 교당의 주인으로 후배들의 존경과 선배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몇 년 전에는 아들 며느리와 손주들까지 17명이 입교해 화제가 됐던 김경후 교도·그녀의 맑은 얼굴과 밝은 표정, 훈훈한 미소는 그 아픈 세월 마음공부로 비우고 은혜와 감사로 채워온 그 마음으로부터 따뜻하게 불어오고 있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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