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돌고도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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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돌고도는 인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2.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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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각감상 / 한혜진 , (프랑크프루트교당)



이제, 저희 집 거실 정중앙에 법신불 일원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원상 봉안식을 저보다 더 반긴 사람은 다름이 아닌 제 남편인데요, 일전에 교도님 댁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함께 집을 둘러보던 중 일원상 액자를 발견하고 유심히 바라보던 남편이 여쭤 보더라고요. 이 거,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요. 그 땐, 일원상을 그저 하나의 장식품 종류로 생각하나 보다, 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액자를 받아든 남편이 직접 거실 한 가운데 정성스럽게 일원상을 모시는 것을 보는 순간, 제 마음이 참으로 밝아졌습니다. 남편은 아직 입교 전인 비교도입니다. 부디, 이것으로 원불교와 남편의 좋은 인연이 시작되기를 바래봅니다.


일원상 봉안 후 얼마 안 되어서 서양란 화분 선물을 받았어요. 비스바덴으로 이사를 오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은 분이에요. 저희가 이사할 집을 구하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어찌된 영문인 지, 몇달이 지나도록 집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하다가 하다가 안 되서 교당에 SOS를 보냈죠. 그랬더니, 교무님께서 비스바덴에 살고 계신 지인이라며 어르신 한분을 저에게 소개해 주셨어요. 약속된 날이 되어 어르신을 만나 함께 집을 구하러 나섰고, 하루만에, 정말 기적 같이 집을 구할 수가 있었어요. 그러한 인연으로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고, 이사를 마친 후에도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살림살이도 기꺼이 내어주시고, 가끔 친히 불러 커피도 타주시고 그러다가 끼니 때가 되면 엄마 정성으로 밥도 해주시는 그런 감사한 인연이 되었어요.


항상 물질이든 정신적으로든 제가 뭔가 상대로부터 받을 때마다 항상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은보은(知恩報恩). 하지만, 저는 가진 것도 별로 없고 좋은 재주도 없어 때로는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고 되돌려 드릴 수 없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땐 항상 빚진 기분이 들었었는데요, 최근에 이 또한 해결이 좀 되어서 참으로 기쁘답니다.


지난주에 남편 직장에서 운영하는 독일어 수업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수업이 끝나자 마자 한 동양인 여자분이 저에게로 다가와서 본인이 겪었던 힘들었던 일들을 주욱- 말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듣다 보니, 일년전의 저와 거의 비슷한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우선 그 친구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저런 힘들었겠다, 해주고는, 우리랑 비슷한 상황에 다들 겪는 힘든 시기인 거 같으니 우리 함께 힘내서 잘 지내보자, 하고 이야기를 끌어갔지요.


이야기를 시작할 때보다 한결 밝아진 그 친구 얼굴을 보니, 타인에게 어떤 작은 도움이나마 준 거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든 생각이, 아, 이게, 인연 따라 돌고 도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어요. 좋은 기운이, 인연을 따라 돌고 도는 것이죠.


다행히 이 법을 만나 인과보응의 이치를 아는 저로서는, 제가 받은 좋은 것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평소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스스로가 정말 대견스럽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에 여러 어르신들로부터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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