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 교도, 백년 신심
상태바
삼년 교도, 백년 신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8.16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교당은 연금보험 ... 원남교당 문지혜 교도



# 미국에서 온 조카의 메시지 ‘마음 공부합시다’



“언니네 조카가 올 3월에 버클리교당으로 공부하러 갔어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두 달 만에 카카오톡으로 온 메시지가 ‘마음 공부합시다.’인 거 있죠? 자연스럽게 교도가 된 거예요.”


교도가 되자마자 가족교화에 마음을 내 언니와 조카를 입교시킨 문지혜 교도(원남교당). 오랜 교도여도 쉽지 않은 가족교화, 그런데 알고 보니 원불교도 아닌 가톨릭 모태신앙으로 24년을 살았다는 그녀다. 심지어 집안에 신부님까지 배출할 정도로 뿌리 깊은 가톨릭 집안 출신이었다고.


“처음 교당에 가게 됐는데, 이후로 아들이 교당 가는 걸 참 좋아하더라고요. 점점 다니다보니 원불교를 알리고 싶고 가족들이 함께 다니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족교화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제일 먼저 언니를 입교를 시켰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저 자신이 먼저 변한 모습을 보여야 했으니까요.”



# 물에 빠진 당나귀, 물에 빠진 교도


“당나귀 한 마리가 우물에 빠졌는데 구할 도리가 없었다고 해요. 마침 당나귀도 늙었고 쓸모없는 우물도 파묻으려고 했던 터라 농부는 당나귀를 단념하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우물을 메워갔어요. 당연히 당나귀는 울부짖고요. 그런데 조금 지나자 당나귀가 잠잠하더래요. 무슨 일인가 들여다보니 당나귀가 위에서 떨어지는 흙을 털고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더래요. 그래서 발밑에 흙이 쌓이고, 자기를 묻으려는 흙을 이용해 그 우물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거죠. 그 당나귀가 딱 저 같았어요.”


힘든 경계를 당했을 때 그녀는 마음에 이어령 선생의 당나귀 이야기를 떠올렸다. 교당 인간관계 속에 생긴 갈등으로 모진 소리를 들었던 문 교도. 교도가 아니었다면 남 탓을 많이 했을 거란다.


“오지랖이 넓고 적극적이다 보니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잠깐이라도 상대에게 그렇게 보였기 때문에 그런 모진 말을 했을 거다, 이유가 없는데도 괜히 하진 않았을 거다 생각해요. 경계란 나 자신을 되짚고 더 공부하는 계기이더라고요.”


교당을 그만 나갈까 생각할 정도로 상처를 받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참모습이 아니었기에 괜찮다고 담담히 고백하는 교도. 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도 남지 않은 편안한 표정과 음성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 교당은 에너지 충전소


“교당 올 때마다 법문 말씀이 너무 좋아요. 마음에 정화가 된다고 해야 하나? 저에게는 교당이 연금보험 같은 것이죠. 마음에 에너지가 충전되고 심신이 성장해요.”


원불교로 인해 인연이 허튼 말이 아님을 알았다는 문지혜 교도. 24년의 이웃종교 생활을 지나 이제 이 회상 이 법으로 들어온 지 3년, 그러나 그녀의 신심은 몇 십 년을 이어온 것 같이 단단하고 따사로웠다.




이정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