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에서의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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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부에서의 1박2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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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국 단동에서 온 편지



중국 단동에서 3년 전 처음 뵙게 된 교무님. 우리 부부에게 원불교로 인도해 주시고 허전했던 마음을 채워주시고, 나의 처에겐 친정어머니처럼 살뜰하게 신경 써 주신 교무님이시다. 이곳 익산 총부에는 한번이라도 꼭 다녀와야 된다고 평소에 말씀하셨으나, 한국에 올 때마다 교무님과의 일정이 맞지 않아 오지 못했었다. 이번엔 일정이 맞아 떨어져 우연하게도 6.1대재와 때를 맞추어 오게 되었다.


반백년기념관에서의 새벽기도. 그 장엄하고 엄숙한 적막을 어느 누가 침범할 수 있겠는가.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깊고 싶은 산속, 안개가 가벼이 깔리고 높은 골짜기에선 한 줄기 폭포가 조용히 흘러내리며 하얀 도포를 걸친 신선들이 가부좌를 하고 무념무상의 싶은 명상을 하고 있는 천상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난 그곳을, 그 순간을, 그 분위기를 그러한 곳으로 표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감동과 감격, 신선한 충격을 받을 때가 몇 번, 또는 가끔은 있을 수 있지만 나에겐 그날 새벽 반백년기념관에서의 감동은 평생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엄숙함, 장엄함, 숙연함, 침묵의 공간, 바로 그러한 곳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경쾌한 죽비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고요를 깨는 순간. 그제서야 나는 심장이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융숭한 점심 대접을 받고 의논 끝에 원불교를 세계화하는데 밑거름이 되신 선진들이 모셔져 있는 영모묘원을 먼저 참배키로 하고 혜산법사님과 함께 태인 교무님의 노고를 빌려 영모묘원으로 향하였다. 아, 영모묘원 교무님들과 법사님들께서 열반하시면 후생을 기다리시는 마지막 쉼터가 아니겠는가. 그야말로 잘 가꾸어진 드넓은 정원이었다. 생로병사가 모든 인간에게 어차피 주어진 운명이라면, 이런 곳에서 평안히 잠들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중도훈련원. 어느 교무님이나 예외 없이 일 년에 일주일씩은 이곳 교육원에서 마음다짐과 함께 수행의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대법당 일원상부처님 앞에서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자격 없는 미숙한 존재가 성스러운 공간에서 오만스럽지는 않았는지 염려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왔던 길을 뒤돌아 나온다.


나의 처는 그동안 교무님들의 삶에 궁금한 의문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허나 총부에 다녀온 후론 교무님들이 삶이 얼마나 숭고하고 성스러우며 멋진 일생인가를 알았다면 존경하는 마음이 더욱 더 깊어졌음을 고백했다. 후생에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교무의 역할로 살아보기 위해 노력해 보겠노라고 허공을 응시하며 몇 번을 되뇌인다.


6.1대재를 지내는 반백년기념관. 원불교가 열린 날 이후 대종사님을 비롯하여 먼저 열반하신 성인들께 올리는 제례의식은 여는 종교에선 생각할 수 없는 의식이었다. 종법사님의 ‘그 미소’, 나의 짧은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그 미소에 나의 처는 그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 볼 수 있었으며, 순간 난 무슨 감정인지 참지 못하고 그렁그렁 눈물이 맺힘은 어쩔 수 없었다.


오후, 우리 부부는 교무님과 함께 종법사님을 접견실에서 뵙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종법사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30여 분이나 시간을 허락해 주시고 함께 다과를 나누며 우리가 현세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일깨워 주셨다. 익산 총부의 짧은 1박2일은 우리부부에게 많은 걸 생각하며 깨우치며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며 지금까지도 그 여운이 가슴에 남아 있다.



* 이 편지는 중국 단동선교소


고법중 교도 부부의 총부 성지순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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