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교당? 내가 만들어가야 할 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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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교당? 내가 만들어가야 할 교당!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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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법을 내 것으로 ... 서울교당 이규열 청년교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토요일에 휴무를 주셔야 합니다.” 당연한 요구라고도 하겠지만, 이규열 교도는 주말에 제일 바쁜 호텔 레스토랑의 2년차 신입요리사. 그것도 면접장에서 당당히 그렇게 외쳤단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설법을 들어야지 힐링이 되니까요. 저한테는 꼭 지켜야 할 약속이었어요.”



# 겨우 30분 거리 교당


“주말이면 가는 곳, 친구들과 노는 놀이터였어요. 그만큼 저희 가족에서 원불교는 당연한 것이었지요.”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은 신심 깊은 교도들, 어렸을 때 보던 아버지 어머니는 언제나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또 자연스럽게 종교는 일상이었고, 학교를 진학하듯 초등부에서 학생회로 다시 청년회로, 습관과도 같았다.


“군대 제대 후에도 바로 교당을 찾아 칭찬 받았지만, 그건 신심이 깊어서라기보다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거지요.


그런데 제대 후 오랜만에 찾은 청년회는, 날씨가 안 좋을 때는 교무님과 독대를, 아니면 형제법회라 할 만큼 소수정예였다. 지금까지 당연하다 여겼던 것이 결코 노력 없이 얻을 수 없었던 것임을 안 순간, 당황스러웠다. 마음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잠자는 청년들을 깨우겠다,며 무작정 연락해 상대방에게 상처받기도 여러 번. 역대 청년회장이었던 아버지에게 충고도 받고, 법회요일도 바꿔보며 노력했지만 법회는 여전히 그 상태였다.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그런가?’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 교무님의 노력으로 청년들이 한둘 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어요. 너무나 당연이 여기다 된통 공부꺼리를 받게 된 거였지요.”


그러니, 그후 설법이 달리 들릴 수밖에.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던 교당출석에서 노트필기는 물론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볼 용기까지 생겨났다. 일본 유학 시절에는 숙소 가까이에서 교당을 발견하고 환호했다. 걸어서 30분이나 걸리는 거리였지만, 그에겐 ‘겨우 30분!’인 집 근처였던 것이다.


“지금의 교당요? 법회 날 못 쉬면 평일이라도 교당에 가 혼자 기도해요. 그렇게 두 손 모아 기도하고나면 서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이제 교당은 저에게 그런 곳이에요.”



# 재미없는 오빠면 어때?


지금은 수북이 쌓인 일기장. 처음에는 요령을 몰라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일과를 꼼꼼하게 기재했다. 그렇게 만원 지하철에 경계가 생긴 것부터, ‘일본말을 못한다’ 놀린 동기생에 대한 미움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다시 읽어보니, 그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이 잔인하리만큼 적나라하게 보였다.


“반조하게 된 것이지요. 놀린다 생각했던 동기생의 행동도 제3자의 눈으로 보니 서로를 이해 못한 것뿐이었어요.”


자신의 문제는 ‘저 사람은 착할 거야, 못 될 거야’란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대했던 것. 모든 사람을 편견 없이 부처로 보기 시작하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일기가 한 권 한 권 쌓일 때마다, 이 교도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법을 만났으니,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요.”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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