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름의 주인되는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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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름의 주인되는 50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9.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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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당의 맏언니 … 안암교당 류주원 교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떨린다’며 가슴 두근거린다던 류주원 교도는 교당 이야기는 눈이 반짝반짝, 대종사님 법 앞에서 누구보다 단단한 신심 나타냈다. 그러다가도 ‘원불교 집안으로 시집 올 수 있었던 인연복’이라 수줍게 웃는 그. 아직 70세 감성 풍부한 소녀지만, 원불교에서는 신심 단단한 50년 여장부인 그를 만났다.


# 진리에기댄인생
“말하다 보니, 초창 교당을 많이 다니긴 했네요. 5,6명 교도에 살림도 열악했지만, 집안 어르신들이 초창 교당은 가서 자리만 메꿔 주어도 주인 노릇하는 거라고 하셨거든요. 그 말만 믿었지요. 하하.”
근데, 이 살뜰하고 싹싹한 새댁. 행사 때면 손 번쩍 들어 살림 자처하고 행사 뒷정리 도맡다보니 어느새 교무님이 1등으로 찾는 교당 중추 되었다. 교당에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야 한다며 교당 근처에 집을 구했고 그녀의 연원이던 시어머니가 인정할 정도로, 내 살림처럼 일했다.
“내 살림 불어나는 것보다 교당살림이 불어나는 게 더 좋았으니까요. 내 욕심이 들어 있지 않으니, 악착같이 적금 부어 교당 늘릴 수 있었어요. 내 꺼였으면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못했을거예요.”
교무님들, 숙소도 없이 단칸방에 사는 게 얼마나 마음 아프던지, 봉공회장 3년 만에 돈 벌어 숙소 마련하고, 부교무님까지 모셔왔다. 어렵다며 고개 흔드는 교도들에게 ‘우리는 넓은집 살면서 이건 아니다’며 호기롭게 “해봅시다”고 외쳤다. 집수리하고 가구 들어오는 날, 교도들이랑 손잡고 운 건 교당의 비밀거리도 아니다.
“그렇게 교도들이 똘똘 뭉쳐 일하다보니 공부도 즐겁게 됐어요. 교무님이 하라고도 안 했는데, 감상담 발표할께요, 라고 했지요. 그러다 아주 옛날 기억이 생각났어요.”
몇 십 년 전 법명을 지어준 법사님의 “‘주인 주, 둥근 원’ 주원이란 이름의 뜻을 네가 언제나 알란가?”는 말씀이 생각난 것이다. ‘원불교의주인’, 그 큰이름의, 이름값을 해보고 싶었다.


“50년 동안 주인이 되고자 했습니다. 교당 일을 하면서 경계가 생긴다는 분들도 있지만, 진리에 벗어나지 않고, 법대로만 한다면 오해는 풀리고, 진심은 돌아와요. 중요한 것은 내 욕심이 조금이라도 끼어 있는지 마음을 잘 살펴야 하는 거지요.”


# 말하는대로이루어지는~
“있는 집안의 막내딸로 자라, 자존심과 아만심이 대단했어요. 원불교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안 가네요.”


시어머니 병수발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남을 돕는 기쁨을 알았을지, 또 이 좋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만났을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진작에 알았으면’이란 아쉬움은, 대신 가족교화로 이어졌고, 11명 일원가족을 이루는 바탕이 되었다.
“몸으로 마음으로 변화했으니 자신 있게 아이들에게 신심을 심어줄 수 있었어요. 딸 셋한테는 ‘교무님 해라’며 조기교육도 시켰지요. 그 덕인지 막내딸(장영선 교무)은 전무출신을 지원했지요.”
그 마음이 애잔하면서도 얼마나 기쁘던지, 딸에게 ‘서울의대에 간 것보다 네가 더 자랑스럽고 더 가문의 영광이다’고 안아주었다.
“저도 잘 올 수 있다면, 마음앓이를 하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교무님이 되고 싶어요. 그럴려면 우선 잘 지어야겠지요?”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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