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으로 받은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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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으로 받은 은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0.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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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앙과 건강 두 마리 토끼 잡은 / 과천교당 홍일선·김혜경 교도


과천교당 가는 길은 푸르렀다. 양 갈래로 뻗은 플라타너스 나무는 터널을 이루며 머리를 맞대었고 그 푸른 가지가 3층까지 올라와서 법당 안은 마치 숲속에라도 들어와 있는 듯 청량했다. 홍일선 김혜경 부부 맞은편에는 이십 년 간 사경했다는 화선지 뭉치가 책상 가득 놓여 있었다.



# 마음공부하는 데는 사경이 제일
“총부에서 생활할 때 저녁에 신문을 모아서 오면 그때 모시던 세 분 종사님이 붓글씨를 썼어요. 항상 그걸 보고 생활했지요”
그러다 결혼하여 큰 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합격만 하면 몇 년 쓰리라 생각하고 붓을 잡은 게 시작. 불같은 성격이 사경하는 순간만은 차분해졌고 부인에 대한 고마움도 새록새록 생겼다. 이젠 “좋은 법문 듣고 실천도 못한다”며 부인에게 소리라도 들을라치면 “그나마 내가 사경이라도 하니까 이만치 하고 있다”고 큰 소리 치니 부인인 김 교도도 할 말이 없어진다고 웃었다.
“사경을 하더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예요. 대신 쉬지 않고 써요.”
홍 교도의 사경방법은 작게 그러나 꾸준히 였다. “가게에 나가서 사경부터 하고 일하고, 점심 먹고 또 사경하고.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또 하고. 하루에 서너 번은 사경하는 의자에 앉아서 사경을 해요.” 그런데 사경하는 목적이 남달랐다. “제가 죽은 후 염을 할 때 관 옆빈 공간에 사경한 종이를 넣어서 쇠를 박을 겁니다.”



# 인생 파란곡절, 교당 나가며 풀려
그(홍 교도)도 원불교를 떠난 긴 시간이 있었다. “내가 똑똑했으면 계속 했겠지요. 하지만 무섭더라고요.”간사생활까지 했지만 교무님들의 생활을 직접 보고 교단일에서부터 나라 이야기까지 크고 넓은 대화는 어린 그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기에 졸업을 핑계로 돌아가지 않았다.
친구인연으로 다시 찾게 된 교당, 법회 나오라는 교무님의 전화를 받기를 여러 번, 부부는 너무 미안한 마음에 홍교도(남편)를 먼저 교당으로 보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홍 교도가 “여보 내게 혹이 있어.” 말했다.


법회시간에 교무님이 “자기 몸을 자기가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설법에 몸을 만지니 진짜로 계란 노른자만 한 혹이 발견됐다. 이미 인두암 4기였다.
수술하기 전 교당엘 갔는데 마침 간사시절 모셨던 다산종사님을 사십년 만에 뵈었다. 말은 못하고 눈물만 나오는데 종사님이 두 사람의 손을 잡으면서 “일선이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치료에 전념해라”고 먼저 말을 하셨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비싼 치료비에 부인에게 어떻게 감당하려고, 난 안하겠다 화도 냈다. 김 교도는 “내가 그 돈이없어도 살고 그 돈으로 당신이 살 텐데 당신이 죽으면 내가 그 돈으로 편히 살
겠냐. 걱정하지 마라”고 통 크게 밀어부쳤다.
홍 교도는 서울 가는 전철을 타면 먼저 일원상서원문을 새기고 외우며 집과 병원을 오가며 힘든 날을 견뎌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계시던 교무님이 “사람을 살리려면 음계와 양계 모두가 나서야 해요, 진리가 도와주신 거죠.”


# 교전이 화장실에 있는 까닭
교전을 감히 화장실에 놔두었다고? 웬 불경(不敬)! 하지만 그것도 분별하는 마음이라는데.
교전의 위력을 입었다는 말인즉슨 화장실에 간 김 교도가 미끄러졌는데 다리가 죽 찢어지면서 기다시피하며 아프던 허리가 맞춰져버렸다는 것. 교도들이 교전을 모셔만 두고 안 읽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은 화장실에 두고 들를 때 마다 읽었더니 은혜를 받았다며 파안대소했다.
불구부정이라 했던가? 사경도 그렇고 교전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 항상 곁에 두고 시간 따로 내지 않고 신앙생활하니 이거야말로 천하의 게으름뱅이도 할 수 있는 수행법이라 당장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지난 일 생각해보면 원불교 떠나서 파란곡절 겪다가 원불교 찾으면서 여러 죽을 고비도 피하고 실타래가 풀렸다.


“지금만 같으면 더 바라지도 않아요.”
인생행로 파란고해를 헤치고 이제는 이 법에 안착한 두 부부. 어려운 길에서도 잡은 손 절대 놓지않고 걸어왔기에 같이 바라보는 하늘이 더 아름다웠다.


이정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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