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으로 소풍가는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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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당으로 소풍가는 우리 가족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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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부공부 열전 / 하늘교당 김자영 교도



김자영 교도는 선한 눈매를 갖고 있었다. 양복을 입고 단정하게 앉아있는 모습은 사십을 넘긴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동안이었다.



# 할머니의 선물


“이름이 법명이에요. 할머니가 원불교교도라 태어났을 때 받았어요.”


할머니는 김 교도에게 신심을 심으려고 무척 노력하셨다. 새벽에 자고 있는 어린 그를 깨워 좌선에 데려 가곤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마음 밑바닥에 웅크려 있던 신앙을 다시 깨운 것도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49재와 천도재를 접하면서 신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 “신정절 날 가면 맛있는 거 많이 준다는 부모님 말씀에 교당을 찾은 이후 지금껏 쭉 이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 다시 시작한 만큼 신실했기에 1년 만에 청운회 총무직을 맡았고 이어서 교화협의회다 사회다 줄줄이 직책이 주어졌다.


“많이 부담이 되었지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조금씩 젖어든 신앙이 습관이 되어 이젠 안 가면 불안하고 찜찜해요.”


지금은 일요일은 당연히 법회 가는 날이고 훈련은 가족소풍 가는 것 같다는 김 교도. 명절에 처가나 고향을 내려가도 그곳 교당에 잠시 들러야 편할 정도가 되었으니 늦게 깨어나 제대로 탄력 붙은 셈이다.



# 훈련은 교법의 정수


“교법의 정수를 알려주는 게 훈련입니다. 그전엔 교당만 왔다갔다하면 공부된 줄 알았어요. 그런데 훈련을 받아보니 이건 학원특강이더라고요.”


처음엔 너무 수준 차이가 나서 괜히 왔나 생각까지 했다는 김 교도. 하지만 기도의 맛을 아는 사람이 기도를 안 할 수 없듯이 훈련의 맛을 알아버렸기에 돌아와서도 그만둘 수 없었다. 집에 와서도 음성녹음한 것을 다시 들으며 공부를 했다.


훈련을 통해 법 높은 스승과 수준 높은 도반을 만나서 목표가 높아졌고 그래야 공부가 훨씬빨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현하’란 말이 가슴을 치더라고요.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 나를 보는 공부, 나를 객관적으로 쳐다본다는 느낌이에요.” 뒤늦게 인터뷰 자리에 온 아내(김명선)가 말했다.


식구들과 함께 교당으로 훈련원으로 마음공부방으로 바삐 돌아다니다보니 이젠 아이들이 그의 마음상태를 알아본다. 어떤 땐 “엄마 아빠 마음 공부 못하고 있어. 마음 공부한다는 사람이 왜 그래”한다. 교당에서 어린이 법회를 하면서 경계를 이야기하다보니 아이들이 판단력이 생긴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 “이러니 자식 때문에라도 마음공부 해야 해요.”



# 너무나 소중한 존재, 도반


그에게는 부모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이 있다. “연원은 할머니, 부모님으로 시작되었지만 여기까지 온 것은 김신원, 박경진 교도님 덕분입니다. 저에겐 도반이면서 스승이죠.”


회사도 같고 교당도 같다보니 그만큼 의지가 되고 든든하다. 하기야 팍팍한 인생길에 진실한 법동지가 없다면 얼마나 헛헛하고 삭막할까. 그래서 인디언들은 친구를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불렀던 거 아닐까.



이정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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