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굴린 염주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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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굴린 염주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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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로교당 여성회장 신인화 교도



“얼마 전 같은 단 어르신들이 ‘인화가 없으니 뭔가 빠진 듯 허전하더라’하시는데, 이거만한 칭찬이 없더라고요.”


80대 어르신의 단인 3단 단장을 맡고 있는 신인화 교도. 몇 십 년 차이도 가뿐히 ‘형님’하며 쪼르륵 달려가는 모양세가 영락없는 막둥이지만, 교당일에서는 몸 아끼지 않는 프로, 배움에 있어서도 언제나 열린 마음인 속 든든한 교당의 맏딸이다.



# 내 마음 속 은혜


“염주를 몇 개 깨먹고 나서야 경계 또한 다음 문을 여는 은혜란 걸 알았지요.”


원불교를 만나 나를 바꾸려던 노력은 번번이 예상치 못한 경계 앞에서 무너지곤 했다. 하지만 답은 의외의 곳, 말로 다 표현 못할 정도로 힘들었던 독일 유학시절, 경계 그 가운데에 있었다.


“기도밖에 없었어요. 이틀 만에 집을 비워 달라고 해서 길에 나앉게 됐을 때도, 아이가 아파 발을 동동거릴 때도 우리 가족에게 유일한 빽은 사은님이었지요.”


오롯이 나와 종교만 있던 타국땅에서 얼마나 염주를 돌렸는지, 몇 주면 알이 투두둑 떨어져나갈 정도였다. ‘이제 염주가 없네’할 때 즈음에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염주가 ‘탁’ 나왔고 그때마다 기적이라 표현할 정도로 일은 쉬이 풀렸다. 아이들도 점차 ‘기도의 위력’에 대해 믿는 눈치였다.


“이번 경계에는 요만큼, 다음에는 이만큼, 내가 변하는 걸 느꼈어요. 일심, 그 큰 힘을 믿게 되었지요.”


입교 이후 한 번도 흔들림 없는 신심이었지만,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될 만정 내 일처럼 교당 일을 했고, 거기에 흥을 더했다.


이동하는 중간중간, 시간의 사이사이 영주를 외웠다. 그리고 11월… 배움의 기회가 그를 다시 한번 찾아왔다.


“고3인 둘째아들 기도하는 첫날, 교당재가 생긴 거에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석을 안했지요.”


하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던지, ‘이런 마음으로 내 자식을 위한 기도를 해서 무엇하나. 부정 탈게 뭐 있냐?’란 생각이 들었다. 기도기간에 겹친 재만 5개. 정성을 드려 재에 참석하고 나니 ‘이게 바로 은혜’란 생각이 스쳤다.


“아들도 무사히 합격했고요. 남들은 아이를 칭찬하지만 전 함께 기도해주신 교감님의 기도의 공덕과 사은의 은혜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사은님이 마음공부하며 노력하는 걸 알아주신 것 같아 기뻤어요.”



# 세상을 변화시킨 아름다움


이런 마음이 남들에게도 보인 걸까, 올해 들어 ‘아름다워졌다’는 칭찬을 받은 신 교도. 단벌에, 화장도 안 한 모습이 뭐가 예쁠까 의문도 들었지만 교무님의 말씀에 금방 수긍할 수 있었다.


“20년 만에 교무님을 다시 뵈었는데, 제가 예전에는 기운이 동동 떠 있었대요. 근데 지금은 기운도 차분해지고 안정되어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오히려 외모적인 아름다움을 칭찬하셨다면 실망했을지도 몰라요.”


입교한 지 25년, 그동안 마음바탕을 변화시키려 했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고 행복했다. 남편도 ‘공심으로 일한 덕’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더 예뻐져야지요. 그래서 어르신들처럼 가지도 뻗고 열매도 맺어야지요.”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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