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중시하신 연원
상태바
한결같이 중시하신 연원
  • 전재만
  • 승인 2001.12.14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산 박정훈 서울교구장


정산 종사께서는 만유의 본원이요, 사물이 성립된 바탕인 연원을 한결같이 중요시하고 신앙과 수행에 있어서도 언제나 연원계통을 바루도록 지도하시었다.

첫째, 진리 부처님을 정중하게 받들도록 지도 하시었다.
「어떤 사람이 절대 무신을 주장하며 자칭 천황이라 하고 천신(天神)을 거짓 만들어 놓더니 어느 날 그 천신과 더불어 장기를 두며 이겼다고 좋아하더니 벼락을 맞아 죽었다고 한다. 그러니, 어찌 하늘이 무심하다 하며 신령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한 사문(沙門)이 강을 건너면서 ‘나무아미타불‘을 열심히 부르고, 건너와서는 ‘아미타불이고 뭐고 다 쓸데없다’하고 살펴보니 보따리를 놓고 왔으므로 도로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서 돌아가 가져오다가 강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평상심(平常心)을 가져야 한다.」
진리 부처님을 소홀히 여기고 받들지 않으면 반드시 큰 재앙을 입게 된다는 말씀이다. 한 제자가 여쭈었다.
「선성의 말씀에 ‘선천에는 모사는 재인(謨事在人)이요 성사는 재천(成事在天)이라 하나 후천에는 모사는 재천이요 성사는 재인이라’하셨는데 그 말씀이 옳습니까?」
「그것은 사람이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뜻에서 하신 말씀이지 어느 시대를 물론하고 ‘모사는 재인이요 성사는 재천이라’는 말씀은 바꿀 수 없는 판에 박은 말씀이다.」
대체적으로 천존(天尊)시대 지나가고 인존(人尊)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정산 종사께서는 위와 같이 진리를 존중하도록 하시었다.
대종사께서는 스스로 의심을 내시고 스스로 닦으셔서 스스로 깨치셨음에도 대각후에 ‘내 힘으로 된줄 알았더니 깨어 놓고 보니까 모두 사은의 위력으로 되었더라’하신 말씀과 상합하는 경지일 것이다.

둘째 스승님의 연원 계통이 잘 서도록 지도하시었다
한 제자가 여쭈었다.
「저희들이 생각하기에는 조사보다 여래를 높게 알고 있는데, 여래선, 조사선 할 때에는 여래선 보다 조사선을 오히려 더 높은 경지로 여기는 것은 어찌하여 그러합니까?」
「여래선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납월 팔일에 견명성 오도하신 때이고 조사선은 부처님께서 진귀(眞歸)조사 한테 가서 인가 받은 때이다. 부처님께서도 윗사람에게 인증을 받으셨다. 그러므로, 조사선은 여래선보다 높은 것이다. 여기 조사는 33조사를 뜻하는 것이 아니요 진귀조사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 제자가 여쭈었다.
「대종사께서는 어찌하여 부처님께 연원을 대셨습니까? 수운, 증산 선생은 연원이 없는데요.」
「수운 선생이나 증산 선생은 그냥 일어난 분이요, 대종사께서는 불법을 주체로 회상을 열고 교화하시려니 그러신 것이다.」
교정원 사업부장이 무슨 사업을 추진하는데 미처 말씀 사뢰기도 전에 먼저 알으시고 물으시면서 지도하여 주시었다.
「어떻게 되느냐? 무슨 일이나 나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하면 그 일이 더 잘 풀리리라.」
시자가 여쭈었다.
「한 학인이 대종사님 입정 당시의 일을 생각하며 학문도 소용 없고 오직 좌선만 해서 도를 통하려고 정진하는 것을 보고 한편에서는 비난을 하고 한편에서는 ‘혹시 알 수 있느냐’고 하는데 장차 어찌 되겠습니까?」
「스승의 지도를 받아야지, 저 혼자 그렇게 해서는 아니 된다.」
「옛날에는 독각(獨覺)도 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는 정법 회상이 없었으니 그랬지, 정법 회상이 이처럼 있는데 그래서 되겠느냐.」
설법 할 때에 연원 밝힘에 대하여 말씀하시었다.
「부처님이나 성자의 말씀을 하면서도 자기의 말인 것처럼 하는 것은 도가의 과오일 뿐 아니라 말에 위력을 나타낼 수 없으니 반드시 그 말의 연원을 잘 밝힐 것이요, 또는 실례를 들더라도 성현에 표준을 삼을 것이며, 사업을 권장하고 법의 체통을 세우는 데에도 교도의 정신을 중앙으로 집중되게 할 것이다.」
필자가 모시고 있을 때 비가 내려 처마에 물이 뜰에 떨어지므로 조실 뒷 마루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신을 올려 놓았더니 이를 보시고 꾸짖어 말씀하시었다.
「그렇게 신문지를 함부로 쓰지 말고 깨끗이 씻어서 아랫목에 갖다 말려라. 그 신문에 어떠한 기사가 나온 줄 알아서 그렇게 함부로 하느냐. 부처 불 자나 아비 부자가 들어 있으면 네가 어찌할 것이냐. 또, 앞으로 우리 교단이 발전됨에 따라 대종사의 전기나 영정이 인쇄되어 나올 것인데 그럴 경우에 네가 어찌 하겠느냐. 그러므로, 성경 현전이 아닌 신문이나 잡지라도 함부로 하지 말고 정히 보관하거나 깨끗이 쓰거나 불에 태우기는 할지언정 천대와 천용은 하지 말 것이며 부득이 휴지로 쓰게 될 경우에는 잘 보아서 중요 기사가 있는데는 삼가는 것이 옳다.」
이와 같이 스승 받드는 도를 두루 철저하게 지도하시고 「선성을 추모하는 마음이 사업의 원동력이니라.」하시었다.

셋째 모든 처사에도 연원을 우선으로 하도록 지도 하시었다.
당리 교당은 부산 변방이라 교도들 가운데 형편이 웬만하면 서울로 또는 부산 중심가로 이사를 하기 때문에 교당은 퇴폐 일로에 들어가고 법당이 도괴될 우려까지 있으니 부산 지방의 교무들이 한결같이 말씀을 사뢰었다.
「당리는 도저히 발전 여망이 없으니 차라리 거기는 비워 두고 그 교무로 하여금 발전 여망이 있는 교당에 가서 교화 할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말씀을 다 들으신 다음 간곡히 말씀하시었다.
「그것도 다 이치가 있는 말이나 지금 부산지방에 그 처럼 많은 교당과 교도가 있어 교세가 발전해 가고 있는데 그 모든 교당의 할아버지가 바로 당리 교당이다. 그런데, 발전의 여지가 없다고 해서 그 조종의 문을 닫는다는 것은 근원을 망각한 일이니 부산 일대의 교무들이 일단 힘을 합하여 당리 교당을 부흥시킨 다음 수양원이나 다른 데에 힘을 쓰는 것이 좋겠다.」
이 말씀에 따라 부산 일대 교무들은 물심 양면으로 당리 교당 부흥에 적극 후원하기로 하였으며 그 때 마침 남자 교무 이백철이 부임하여 모래를 져 나르고 벽돌을 만들었으며 교도들도 힘을 합하여 새로 아담하게 법당을 신축하였다. 그 후 도시의 인구 집중 경향에 의하여 교당은 잘 발전되고 있다.
남원 교당에서 대각전을 신축하고 낙성 봉불식을 거행한 바 있었는데 총부 오미산이 거기에 다녀와서 감탄하여 말씀사뢰었다.
「이번 남원 교당 낙성 봉불식에 가 보았는데 법당도 2층으로 크게 잘 지었을 뿐 아니라 2천여 대중이 모였고 그 주위 경치가 요천수 맑은 물에 금수정이며 크나큰 바위와 노송의 조화는 경치로서는 아마 원불교에서 제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렇지, 참 경치 좋지 그러나, 총부가 제일이고 그 다음이여, 그 다음....」
역시 총부보다 지방 교당이 경치로서 더 좋은 데가 있을지 모르나 이러한 말씀 가운데라도 제일은 총부라는 것으로 정정하시어 본 말의 순서를 바꾸지 않도록 하시었다.
연원 계통을 잘 대고 대의 명분을 세우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시었다.
「근래에 어느 철인의 말씀에 ‘이 허공 법계에 수명 복록 줄이 가득 차있으니 어떤 사람이 이 수명 복록 줄을 잘 흡수해 들일 사람인가?’」하였다 한다.
「지남철이 쇠를 끄는 힘을 가졌으므로 쇠 조각을 잡아 당기는 것과 같이, 사람도 이 수명 복록 줄을 끌어 당기고 흡수할 힘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이 수명 복록 줄을 잘 흡수할 수 있을 것인가? 한 가정에 있어서는 조상을 숭배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형제간에 우애하는 것이요, 우리 회상에 있어서는 대종사님께 신성을 바치고 선진을 공경하며 동지간에 화합하는 것이요, 또, 각 기관이나 교당은 총부를 잊지 않고 항상 존중히 알아서 연원 계통을 잘 대고 대의 명분을 세우는 것이다. 근본을 놓고 지엽만 붙잡는 개인이나 가정이나 단체나 국가나 교단은 뿌리 없는 나무요 근원없는 물과 같아서 영원한 복락을 수용하지 못할 것이니, 여러분은 연원 계통과 대의 명분을 잘 지켜서 우주의 복록을 잘 흡수하기 바란다. 바닷물을 고래가 들이키면 많은 물을 마시나 새우는 아무리 물을 들이켜도 약간의 물을 마실 수 밖에 없으니, 이는 바닷물이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자체의 힘에 따라 다른 것과 같이, 수명 복록도 흡수할 힘이 마련되어야 이를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정리 김산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