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택 교구장의 교리로 풀어본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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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택 교구장의 교리로 풀어본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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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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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정신과 취사공부
말복을 하루 넘긴 날, 불볕더위가 서울을 강타하였다. 뉴스에선 기상 관측 이래 10년 만에 찾아온 더위라고 떠들어 댔다. 36.2도라는 더위는 사람을 상당히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무실에서 일과를 보내며 업무를 처리하였다. 낮 시간 운동을 위해 교구청 5층 로비를 올라가니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그 효력이 떨어진지 이미 오래인 모양이다. 열을 받은 시멘트에서 풍기는 복사열이 대단하다. 5시를 넘겨 기와집인 서울교당의 시원한 분위기를 상상하며 퇴근하였다.
서울교당 골목길에 도착하는 순간 법당에서 울려 퍼지는 소프라노의 높은 음이 나를 반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더운 날씨에 누가 저렇게 연습을 하고 있을까? 편안한 목소리도 아닌 높은 음에 목숨 걸고 매달리는 듯한 그 음정 연습은 더위만큼이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그늘진 서울교당 흙 마당을 산책하던 나는 서울원음합창단 단장을 만나고서 그 연유를 알았다. 서울 원음 지휘자에게 단원 몇 명이 개인 레슨을 받는다는 것이다. 9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릴 오페라 연습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의 요청으로 저렇게 레슨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프로정신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실제 내 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지금은 프로를 요구하는 사회이다. 치열한 경쟁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마추어는 설 자리가 없다. 아테네 올림픽을 위해서 구슬땀을 흘리는 국가 대표들의 연습 장면을 가끔 접하였다. 한 순간의 영광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그 것 하나에 매달리는가! 어디 우리 국가 대표들만이 이렇게 하는가? 아니다. 세계의 모든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이렇게 프로정신을 가지고 그 기량을 갈고 닦았을 것이다.
한 동지가 아침 신문을 보다가 감탄을 한다. 내용인즉 배아 줄기 세포 복제 기술을 개발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에게 미국에서 1조원에 기술 이전 요청을 하였으나 거절했다는 것이다. 1조원의 거절이 주는 사실이 존경스러운가 보다. 그러나 얼마나 치열한 삶과 연구의 결과로 얻어진 기술인가를 생각하면 1조원이 오히려 적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것 아닌가? 이것이 자기가 실행 과정을 거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이다. 학문 세계에서의 프로정신이다.
이처럼 프로정신은 경쟁력을 높인다.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하기를 요구한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못하는 것은 프로정신이 아니다. 자기 일터를 탓하고 주위 분위기를 탓하고 조건이 갖추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면 언제 경쟁력이 키워질 것인가? 조건과 분위기도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 프로정신이다. 여기서 우리는 경쟁력이 제고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 교단의 삼학 공부는 작업취사에서 그 결과가 나타난다. 작업취사란 육근을 작용함에 있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단순히 정의·불의를 취하고 버린다고 하면 간단하다. 그러나 정의와 불의의 내용이 문제이다. 나는 정의는 정당한 고통과 수고로움이요, 불의는 부정당한 안일과 편안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므로 정의는 역경이 뒤따르고 불의는 순경이 뒤따를 수 있다. 정의 실천은 바로 프로정신으로 치열하게 육근을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작업취사 공부는 프로정신으로 일해서 경쟁력을 끌어 올린다. 지금은 이런 취사가 요청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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