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탁 교수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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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탁 교수의 세상읽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5.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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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연구, 과연 장미빛 뿐일까?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의대 교수 한분이 있다. 생명공학을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피지움을 전공하는 교수인데 하루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최근 들어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인간 수명이 120세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전망 뒤에 숨겨진 부정적 의미를 간과하고 있다고. 만약 우리가 현재 얼굴로서 120세까지 살 수 있으면 그것은 분명 축복에 해당하지만 90세가 넘은 나이의 얼굴로서 30살을 더 살아야 하면 그것은 인간에게 재앙일 따름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주름투성이의 쭈글쭈글 해진 얼굴로서 30년 이상을 더 살 수 있다면, 아니 더 살아야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불편만을 줌으로서 결국 본인에게도 큰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 아닌가. 물론 성형수술로 얼굴 주름을 펴면 어느 정도의 건강미를 되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그것도 얼굴 바탕이 받쳐 주는 적당한 정도의 나이가 되어야지 90살이 된 나이에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 자신들이 소망하는 그런 얼굴이 절대로 재생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사업하는 친구를 만나서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생명공학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의 이야기에 있어서 전문성이 떨어질런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충분히 납득이 가는 말이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데 과연 그의 연구가 성공하더라도 인간에게 장미빛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일부 환자에게는 구원의 손길임엔 분명하지만 생명연장 그 자체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줄기세포 연구가 성공하는 경우 다른 장기들의 복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우리들 신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뇌 세포 복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뇌 세포는 사람 손이 닿는 순간 죽어버리기에 뇌세포 배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따라서 줄기세포 연구가 성공하더라도 우리 신체의 목 아래 부분, 즉 심장, 폐, 위, 간 등만의 복제가 가능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 장기들을 복제해서 이식에 성공한 우리들 인간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 것인가? 불행히도 재앙에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암을 비롯한 모든 질병으로부터 인간은 해방될런지 모르지만 뇌로부터 생겨나는 질병으로부터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치매환자는 대량으로 생겨날 것이다. 어쩌면 120세까지 인간 수명이 연장되면 대부분의 인간은 90세나 100세쯤 되어서는 치매에 걸리고, 그 상태로 20~30년을 더 살다가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치매환자도 힘을 쓰지 못하는 ‘약한’ 치매환자가 아니라 힘이 넘쳐나는 ‘강한’ 치매환자일 것이다. ‘약한’ 치매환자 돌보는 일도 보통 힘 드는 일이 아닌데 ‘강한’ 치매환자를 누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 한번쯤 생각하면 그저 아찔할 뿐이다. 한마디로 과학의 힘을 과신한 결과 생겨난 인과응보이지 않은가.
이쯤 되면 도덕 교육과 종교의 담론도 상당 부분은 죽음에 관한 것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적당히 살다가 죽어야 하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심어주어야지 혼자만 오래 살겠다고 버티면 본인은 혹시 오래 살런지 모르지만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주는 피해는 엄청나게 클 것이다. 이 경우도 인과응보의 이치로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성균관대,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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