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택 교구장의 교리로 풀어본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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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택 교구장의 교리로 풀어본 세상만사
  • 한울안신문
  • 승인 2005.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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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청계, 푸른 미래"
서울 시내 거리마다 현수막이 내 걸려있다. 그 내용은 “열린 청계, 푸른 미래”라는 현수막이다. 10월 1일에 청계천이 새물을 맞이한다고 야단법석 들이었다. 즉 그동안 닫혀있던 청계천을 열어버리고 그 열린 청계천에 새물을 흘려보내는 행사를 한 것이다. 저 현수막이 온 서울 거리에 걸려있으니 그 경비만도 엄청 많을 것임에 분명하다. ‘청계천에 물을 흘려보내면 될 것이지 무슨 새물을 맞이하는 행사까지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하기야 원체 큰일을 한 것이라 행사를 거룩하게 하는 것도 타당할 듯하다. 지난 추석날 교무님들과 함께 도봉산을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도봉산에 오르며 건강을 다지고 친목을 다지는 모습이었다. 나는 도봉산을 오르면서 서울의 산이 아직 젊고 생기가 넘치는 흙과 바위로 된 산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흙에도 젊은 흙이 있는가 하면 늙은 흙이 있다. 젊은 흙이란 아직 흙이 된지 오래되지 아니한 흙을 말한다. 그러나 반대로 늙을 흙이란 흙이 된지 오래되어서 폭 썩은 흙을 말한다. 우리 교리 성주괴공의 이치로 볼 때 젊은 흙과 늙은 흙은 확연히 구별된다. 젊은 흙은 지기(地氣)가 넘치고 늙은 흙은 지기가 쇠잔해있는 흙이다. 서울의 모든 산들은 땅기운이 아직도 넘쳐나는 것이다. 북악산, 삼각산, 도봉산 등이 모두 젊은 흙이며 살아있는 생기가 넘치는 산들이다. 도봉산의 이런 좋은 흙들을 보면서 아직도 수도 서울의 기운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좋은 산은 반드시 좋은 물을 만나야 서로 상승 작용을 하는 것이다. 복개된 청계천을 열어버리고 새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은 서울의 지기를 살리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근래에 안 일이지만 청계천은 한강과는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물이다. 즉 한강이 서울을 휘감으면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면 청계천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이다. 즉 지금의 세종로에서 출발하는 청계천은 동부 간선도로를 끼고 흐르는 중랑천과 합해지고 다시 한강으로 흘러든다. 이를테면 태극을 이루면서 서울을 가로 질러 흐르는 물이 청계천과 한강이다. 이러한 지형적 조건을 갖춘 청계천과 한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서 살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인간은 지금까지 자연을 개척하며 살아왔다.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미명아래 자행된 자연 훼손이었다. 청계천의 복개도 이러한 논리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다. 청계 고가도로가 지금도 우리들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청계 고가도로를 시원스럽게 자동차로 달리면서 문명의 이기를 마음껏 활용하며 즐겼던 때가 바로 어젯일 같다. 청계 고가도로가 없으면 서울의 교통이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한 일도 바로 전의 일이다. 그런 인간의 조형물이 어느 순간 없어지고 지금은 “열린 청계, 푸른 미래”라고 하는 슬로건 아래 본래의 청계천을 맞이하고 있다. 복개를 하면서 많은 인위적인 자본이 투자되었을 것이고 또 다시 복개를 걷어내면서 반복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사 살아가는 모습인 모양이다. 나는 청계천의 새로운 탄생을 보면서 많은 감상을 가진다. 청계천의 복원은 인간이 자연에 얼마나 오만했던가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산과 물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살수 없는 불공의 당처이다. 산이 산의 역할을 다하고 물이 물의 역할을 다할 때 인간의 삶도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산과 물은 인간에게서 땔 수없는 관계이다. 청계천과 한강이 자기 역할을 하면서 흘러야 서울의 지기가 제대로 돌아간다. 삼각산과 청계천 그리고 한강이 수도 서울을 서울다웁게 하는 기본 요소이다. 이것이 “열린 청계, 푸른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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