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를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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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화를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 한울안신문
  • 승인 2005.10.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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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탁 교수의 세상 읽기
종교학자로 유명한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는 기독교 학교인 이화여대에 교수로 근무하면서 원불교, 천도교, 증산교와 같은 우리의 민족종교에 대해서 매우 호의적인 반면 한국 기독교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특히 원불교에 대한 사랑은 우리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필자는 한달여 전 쯤 그의 강연을 흑석동 서울회관에서 들으며 매우 흥미 있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19세기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정신사적으로 가장 소중한 시기였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19세기 우리 역사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다. 국내적으로는 붕당과 외척의 간섭 등으로 정치가 부패해지고, 대외적으로는 외세의 침략 등으로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그런 역사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원불교, 천도교, 증산교라는 민족종교의 등장은 우리 민족의 저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새로운 종교의 탄생은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정신문화가 어느 정도 무르익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19세기에 세 개씩이나 되는 민족종교의 탄생을 경험했다. 물론 이들 종교가 새로운 교리와 함께 등장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 사상인 儒·佛·仙에 바탕 해서 교리가 구성된 것이 사실이다. 먼저 천도교는 유학사상을, 증산교는 도학사상을, 원불교는 불교사상을 가장 많이 이어받았다.
그런데 최 교수는 원불교가 교리적 측면에서 천도교, 증산교와 비교할 때 가장 앞서 있다고 본다. 그것은 가장 먼저 등장한 천도교가 증산교에 영향을 주고, 증산교는 또다시 원불교에 영향을 주었기에 원불교는 불교사상에 더해 유학과 도학사상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최 교수는 한국의 기독교는 유불선 사상과 접목된 것이 아니라 샤머니즘의 영향 하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국의 샤머니즘적 전통이 한국인의 의식 세계 속에 그만큼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한국의 기독교는 ‘하느님’의 개념을 샤머니즘적 요소와 결부시켜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낸 새로운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기독교를 더욱 타력종교화로 치닫게 하는 이유일런지 모른다.
이렇게 보면 원불교가 가장 훌륭한 교리를 자랑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교리가 훌륭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대종사의 공적이다. 그렇지만 교리가 좋다고 해서 이와 비례하여 교도수가 늘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 들어 우리 교단의 교세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은 좋은 교리 하에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것이 결코 아님을 시사해 주는 예다.
이젠 교화에도 ‘과학적인 기법’을 도입할 시점이 왔다고 본다. 실제로 물건이 좋다고 해서 꼭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물론 제품이 좋아야 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지만 이것이 항상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마케팅에서는 질이 떨어지는 제품이라도 마케팅만 잘 하면 물건을 잘 팔 수 있다는 신념까지 지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화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교단이 교화에 소홀히 한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그렇지만 전교도가 노력한 만큼의 교화 효과가 안 나타난다면 ‘우리 교화 전략에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의 교화가 머리가 없는 손발의 모양이 아닌가 한번쯤 자문해 본다. 손발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기대하려면 머리를 제대로 써야 할텐데 과연 그렇게 되고 있을까? 전략 부재에서 오는 교화의 문제점을 한번쯤 짚어볼 때라고 생각한다.

<성균관대,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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