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를 만나는 기쁨 - 이성택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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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를 만나는 기쁨 - 이성택교구장
  • 한울안신문
  • 승인 2005.11.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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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로 풀어본 세상만사
며칠 전 교구 봉공회 주관으로 보은 장날이 열렸다. 53회째 맞이하는 보은 장날이고 보니 이제 역사도 깊어졌다. 우리 교구 직원들이 모두 준비에 바쁘고 또 장날에는 일찍 출근을 한 관계로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게 되었다. 서울교당에서 교구를 가기 위해 삼각지역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구 가는 버스는 151번이기 때문에 달려오는 버스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내가 탈 버스 번호가 아닌 501번이 내 앞에 갑자기 정차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아니하고 뒤에 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앞에 정차한 버스 기사가 나를 보고 버스 핸들을 놓은 채 합장을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받고 무심결에 얼른 교구에 간다고 하였다. 버스 기사는 다시 합장을 하고는 붕 ~ 하고 떠나는 것이었다.
지난 24일과 25일은 교구 교무님들이 문화 답사를 다녀왔다. 장소는 탄금대와 충주호 그리고 문경새재를 돌아보았다. 모두가 임진왜란과 관련된 역사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탄금대의 답사를 마치고 단양을 가기 위해 충주호에서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중년 부인이 내 앞에 와서 “교구장님 여기서 뵙는다”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나도 합장을 하고 어디 교당 교도냐고 물었다. “진주교당 교도”라고 하였다. 어떻게 반가운지 악수를 하였다. 여기서 또 진주교당 교도를 만나다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배를 타고 단양까지 동행하였다. 우리는 단양에서 내리고 그분은 단양에서 다시 충주로 돌아가는 계획으로 배를 탄 것이었다. 단양에서 배를 내리면서 좋은 시간 가지라고 인사를 나누니 지갑을 열고 “요구르트 사 먹어라”고 공양비를 손에 쥐어 주었다. 뱃전에서 순간적으로 이루어 진 일이라 인사도 변변히 하지 못하고 그냥 내리고 말았다.
내려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법명이라도 물어 놓을 것을 하는 후회가 막심하였다. 우리 교도를 이렇게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생각하니 교도님 남편 분이 진주교당 교도회장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이 지면을 통해서 진주교당 교도에게 다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처럼 두 번에 걸쳐서 나는 모르지만 나를 알아보는 교도를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 우리 교단이 아직 역사가 천단하고 교도 숫자가 많지 못한 관계로 어디에서 교도를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인구 조사를 앞두고 곳곳에서 교도를 만나고 나니 나의 마음이 뿌듯하다.‘이제 우리 교도도 제법 많아지는 모양이구나’하는 생각에서 기쁨이 두배이었다.
종교인 대표로 어떤 모임에 참석해 보면 항상 속상하는 일이 있다. 타 종교 지도자들은 자기 종단의 신도들이 많아서 가끔 인사를 한다. 그러나 나는 나를 알아보는 교도가 없기 때문에 어떨 때는 외로울 정도이다. 군중 속에서 외로움이라고나 할까 이런 경험을 가끔 체험하였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감상이 우리는 언제 교도가 좀 많아져서 가는 곳 마다 교도를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두 번이나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나를 알아보는 교도를 만났다는 것이 나를 기쁘게 하였다.
우리는 혈연 보다 법연이 중요하다고 늘 이야기 하고 또 알고 있다. 법연이 혈연보다 중요하면 실제로 혈연을 법연으로 만드는 일에 노력을 하여야 한다. 혈연을 법연으로 인도하려면 주위의 혈연을 입교시키고 교당으로 인도하는 일이 바로 실행되어야 한다. 9인연원실천단이 바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 교도들을 여러 곳에서 만나는 일이 가끔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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