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응용주의사항4조-최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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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응용주의사항4조-최정풍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10.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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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좀 봅시다


예전엔 툭하면 길거리에서 불심검문을 받곤 했습니다.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파출소나 경찰서로 끌려가야했습니다. 요즘도 관공서를 들어가려면 출입증을 달아야 하고, 큰 기업체의 특정 부서는 아이디카드가 없으면 출입이 곤란합니다. 돈 쓰는 자리에서는 신용카드가 있어야 신용이 증명됩니다.
저의 지갑에는 ‘교무신분증’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원불교의 교역자라서.
그런데 누군가 길을 막으며 ‘당신은 수행자 맞습니까?’라고 물어온다면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주민증, 신용카드, 교무증은 소용이 없겠지요.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야겠지요.
여기 그 대답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수행자의 주머니에 다른 것은 없어도 의두는 있어야 한다’는 대산종사님 말씀입니다. 수행자라면 늘 모르는 것이 많아야 하고, 법신불사은님 앞에 늘 겸손하게 배우는 학생이어야 합니다. 가슴 속 깊이 ‘알 수 없음’을, ‘알고 싶은 그 무엇’을 소중한 보물처럼 간직하고 살아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배움이 가능하고, 의심이 있을 때 비로소 깨달음이 가능합니다.
범부들은 근거 없는 확신으로 살지만 수행자들은 초롱초롱한 의두로 조심조심 살아갑니다. 하지만 결국 오리무중의 삶은 범부의 삶이요, 점점 명료한 삶을 사는 것은 수행자의 삶입니다.
의두는 무형한 진리계를 출입하려는 수행자의 신분증입니다. 오늘도 ‘경전·법규 연습하기를 대강 마친 사람은 의두 연마하기를 주의’하라고 대종사님께서 당부하십니다. 바쁜 일터에서든, 호젓한 가을 들녘에서든 무형한 신분증 잊어버리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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