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님과 딱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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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사님과 딱지치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9.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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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성요론 15조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억지로 물을 먹이려들면 반드시 말과 말 주인 사이에 탈이 납니다. 15조의 말씀은 ‘다른 사람의 원(願) 없는 데에는 무슨 일이든지 권하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할 것이요’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주 일어나는 문제를 보시고 안타까워서 하신 말씀입니다.


내가 해야 할 도리를 다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남편으로, 아내로, 엄마로, 자식으로, 직장인으로, 신앙인으로…. 그런데 해야 할 도리도 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자꾸 무언가를 권하게 된다면 그 내용이 좋아도 상대방은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처처불상·사사불공(곳곳이 부처님·일마다 불공)이기에 모든 사람(부처님)의 입맛이 다르고, 원이 다릅니다. 획일적인 불공, 내 생각대로의 불공은 진정한 불공이 되지 못합니다.


옛날 총부의 한 장면-묵산 박창기 선진님이 운영하던 야학의 발표회 날, 연습한대로 발표를 해야 하는데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어린아이가 있어서 분위기가 굳어버렸다지 뭡니까. 모두 전전긍긍하는데 대종사님이 그 아이의 손에 쥐어진 딱지를 보시곤 ‘너 딱지 칠 줄 아냐?’하시며 분위기를 반전시켜 신나게 딱지를 치게 했답니다. 대종사님은 당신께서 앉으셨던 의자를 옮겨가며 함께 해주시고, 대중들도 엄청 흥겨워했답니다. 선진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원 없는 일을 강요하다가 반성을 할 때면 반드시 생각나는 대종사님 일화입니다. 그 아이의 마음을 읽고 원(願)을 읽으시는 일이 아마도 대종사님의 일이셨다면, 그 대종사님 닮아가는 것은 우리의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 문득, 더 그립습니다, 대종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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