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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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시내버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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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희망이야기 37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세말입니다. 높은 곳에 플랜카드를 걸고 번쩍거리는 색 전구를 늘어뜨리던 교회며 가게들까지도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네요. 사상 최악이라던 말이 진짜인가 봅니다. 매년 힘들다 어렵다 했지만 올해만큼 쓸쓸한 연말은 아니었지요. 나빠진 경기 속에서 어려운 사정도 헤아려야 하고, 새해 계획 보다야 당장 내일 먹고 살 걱정을 해야하니, 이 겨울은 아마 계속 이렇게 추울듯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요. 이름을 밝히지 않는 기부자들은 늘어났다는 소식 말입니다. 쌀이며 과일이며 돈이며 그저 좋은 일에 써달라면서 훌쩍 놓고 가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하네요.


그것도 다 여유로운 사람들 얘기라구요? 글쎄요, 남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 꼭 물질이어야 할까요?


혹시 보셨나요, 서울 시내에 딱 19대밖에 없는 일명 ‘크리스마스 버스’ 말이에요. 눈부신 LED램프에 색 전구, 버스 안에는 플라스틱 트리까지 있는 이 버스는 승객들에게 캐롤도 틀어주고, 게다가 기사님들은 산타 옷까지 입으신다는군요. 전구 따라 반짝반짝, 많은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크리스마스 버스, 모든 승객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버스 기사들이 조금씩 힘을 모은 결과 이 크리스마스 버스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는군요. 이거야 말로 작은 힘으로 할 수 있는 행복 기부가 아닐까요?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동네에서 캐롤을 부르는 인근 교회 꼬마 성가대원들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불러주는 빨간 망토 꼬마들의 캐롤 합창, 남의 생일이지만 제가 얻는 기쁨이지요. 이거야말로 그 아이들이 제게 기부해주는 행복이니, 어떻게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겠어요. 올해는 사탕과 과자도 준비해서, 그렇게 저 또한 그 꼬마 친구들에게 행복을 기부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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