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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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불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6.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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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도연 교무의 7분 명상 12

올 여름은 예년보다 훨씬 덥다고 하네요. 날씨가 더울수록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잘 하지 않고서는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없습니다. 우리 몸은 음과 양의 조화로 이뤄지는데, 이를 물(水)과 불(火)의 관계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원래 불은 활활 타오르는 성질이 있고, 물은 아래로 흐르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각자의 성질대로 하면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서로가 조화롭게 만나려면 물 기운은 위로 오르고, 불기운은 아래로 내려가야 서로 도와서 생명력이 왕성해지고 건강을 이룹니다. 이를 ‘수승화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입니다. 마음이 망념으로 인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없이 수승화강의 조화가 깨집니다.


조화가 깨지면, 밉고, 원망스럽고, 부르르 화가 솟고, 끊임없이 망념에 끌려다니며 허덕입니다. 몸의 열기 즉 화기가 위로 올라서 상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조화를 잘 이루면 몸의 화기가 가라앉고, 몸도 안정을 유지하면서 늘 자비롭고 여유있고, 평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 수승화강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요?


저는 화기가 오르면 우선 걷습니다. 불같이 일어나는 마음, 망념, 잡념이 치성하는 원인은 의외로 육신의 생명력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마음이 육신의 욕구와 욕망을 반영할 때가 많기 때문이죠. 이 육신의 생명력을 걷기 혹은 달리기, 등산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소모시켜 버리면 사심, 잡념도 자연히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잡념이 자연히 사라지면 진성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식망현진(息妄顯眞)입니다.


다음은 바라보는 것입니다. 분별하고 주착하는 마음을 바라봅니다. 이 망념은 끊임없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다만 일어난 즉시 쳐다보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욱 치열하게 바라보면 결국 망념의 실체는 삼독심이며, 그 삼독심은 밖에서 오는 경계가 아니라 결국 내가 정해놓은 생각과 틀 때문에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순간 자신의 주견과 고집과 틀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죠. 그래서 ‘아 내가 정말 어리석었구나. 참 잘못했구나’ 하는 겸허함과 참회의 마음이 생깁니다.


수승화강을 위해서는 죄업의 근본이 되는 탐·진·치 삼독을 항복 받아야 합니다. 매일매일 법신불전에 참회의 기도를 올리고, 비우고, 또 비우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승화강이 됩니다.




원광대학교 대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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