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바닷물을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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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바닷물을 막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6.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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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진일화

방언공사도 중반을 지났을 무렵, 어느 덧 가을이 저물어 가고 추운 겨울이 서서히 오고 있었다. 하루는 김광선이 어제 막은 둑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지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찬 바닷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둑 위를 걸어가고 있었던 김광선은 깜짝 놀랐다. 둑에 구멍이 뚫려 바닷물이 새어들고 있지 않은가! 손가락만한 구멍은 자꾸 커지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 둑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러나 막을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김광선은 어쩔 줄 몰라 했다. 큰일 났다는 생각뿐이었다.


‘구멍은 자꾸 커지는데 막을 것은 없으니 이를 어쩌나?’


김광선은 결심했다. 망설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좋다. 내 몸뚱이로 저 구멍을 막자!’


김광선은 자기 몸을 던져 구멍을 막았다. 날씨도 이미 겨울에 접어들었다. 바닷바람은 뼛속까지 저려왔다. 온 몸이 차츰 얼어갔다 의식이 차츰 가물가물 해 갔다. 김광선은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쓰면서 이를 앙 다물었다.


‘내가 정신을 차려야지. 혀를 깨물더라도 정신을 차려야 해. 나는 이대로 얼어 죽어도 좋아.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아내와 자식들의 얼굴이 머리에 아련히 떠올랐다. 대종사님과 동지들의 얼굴도 차례로 가물가물 떠올랐다.


‘내가 대종사님을 모시고 동지들과 함께 새 회상 건설의 큰 일꾼이 되려고 했는데, 그러니 아무런 미련도 없다. 이렇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냐!’


김광선은 안간힘을 쓰며 몇 시간을 몸으로 바닷물을 막았다. 마침내 바닷물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였다. 동지들이 둑에 나갔다가 김광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등에 업고 들어왔다. 김광선은 동지들의 등에 업혀 따뜻한 방에 와서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김광선의 눈에서도, 대종사님과 동지들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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