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 24년, 총부 총회가 끝나고 대각전에서 여흥회가 열렸다. 서울의 황정신행은 승무를 추고, 부산의 임칠보화는 고전춤, 총부의 류허일은 시조, 북일주재소 순경 황이천은 춘향가, 총부의 김형오는 점쟁이 흉내내기 등 많은 제자들이 각자의 특기를 자랑하며 흥겹게 놀았다. 10시가 되었어도 여전히 흥이 무르익어 있었다.
그래서 모두들 1시간만 더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음광, 김형오, 황이천 세 사람이 대표로 대종사님의 승낙을 얻으러 조실로 갔다.
“다들 재미있게 놀았느냐?”
“네. 그렇습니다만…….”
황이천이 말을 더듬었다.
“무슨 일이냐?”
“저어, 다름이 아니고 각처에서 모인 사람들이라 모처럼 여흥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시간이 아쉽습니다. 다들 한 시간만 더 놀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종사님의 승낙을 얻으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안 된다. 그만들 가서 자라고 해라.”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어서 대각전으로 가서 다들 잠이나 자라고 하라니까.”
이튿날 아침 황이천이 대종사님에게 말했다.
“대종사님, 어제 저녁은 참 섭섭했습니다. 일 년에 겨우 한 번밖에 없는 일인데, 전국에서 모인 법 동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흥이 한창 무르익었습니다. 대종사님께서 허락해 주지 않아서 정말 흥이 다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사람의 놀고 싶은 욕심이란 한이 없는 것이다. 단체의 규율은 곧 그 단체의 생명이다. 한 시간의 연장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으나 한 번 마음이 풀어지면 자행자지하기 쉽다. 큰 방둑도 조그만 개미나 모래구멍으로부터 뚫리는 것이 진리이다. 사람들은 흔히 큰일은 걱정도 하고 조심한다. 그러나 작은 일은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수도인은 큰일이나 작은 일이나 항상 마음을 굳게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