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원 도둑과 홍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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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원 도둑과 홍시감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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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진일화

감이 붉게 익어가는 가을 아침, 총부 정화원(여자 예비교무들의 숙소)에 도둑이 들어 야단이 났다. 학생들이 새벽 좌선을 나간 사이에 도둑이 뒤쪽 현관문을 열고 다녀 간 것이다.


그 아침, 학생들은 각자의 소지품을 점검하며 도둑의 자취를 찾느라 법석을 떨었지만 이상하게도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또 다시 문이 열린 채 흙 묻은 신발자국이 현관 바닥에 역력했다. 학생들은 당직을 정해 숙소를 지키기로 했다. 이튿날 새벽 학생들이 빠져나간 정화원 문을 당직은 굳게 걸어 잠갔다.


그런데 조금 후에 현관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나 창밖엔 이미 뿌옇게 여명이 밝아오고 있는 터라 당직은 콩당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창문 틈으로 현관 밖을 내다봤다. 거기 한 남자가 우뚝 서 있었다.


새벽 안개 속에 실루엣처럼 서 있는 그 남자는 바로 총부 대각전 종지기 할아버지였다. 그제서야 뛰어나가 문을 여니, 할아버지는 말없이 홍시감 몇 개를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그제도 방문 앞에 웬 홍시감이 놓여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가을, 학생들 방 앞엔 매일 아침 붉은 홍시감 몇 개가 놓여 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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