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의 진리와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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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진리와 블랙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2.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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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도연 교무의 7분 명상 44

저는 일원상의 진리를 봉독하며 명상 할 때면 ‘아 나의 이 고향으로 빨리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에게 그곳은 언제나 따뜻하고 어머니의 품속 같은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할 때에는 아주 가까이 있는 데도 찾을 수 없는 머나 먼 타향이 되고 맙니다.


우리는 본래 ‘불생불멸의 부처’라는 호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민등록은 ‘윤회하는 중생’입니다. 그리고 내생도 또 그 다음의 내생도 아마 여러 번 옮겨 다니며,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의 호적인 부처의 동네에 안주할 수도 있고, 주민등록인 중생의 동네를 지향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중생의 동네에서 살고 있던 우리가 이 동네를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위대한 그리움, 위대한 이끌림, 위대한 소망에 사로잡히게 될 때 그 새로운 생각을 서원, 혹은 신심, 나아가 신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서원을 우리의 마음 중심에 두고 인생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이 신앙과 수행이야 말로 부처의 동네에 편안히 안주하는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고,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그 나의 고향인 일원상 진리는 무엇일까요? 일원상의 진리는 우주만유의 근본자리입니다.


지구가 속한 은하의 중심에는 블랙홀이 있다고 합니다. 우주에만 ‘블랙홀’이 있는 게 아닙니다. 종교에도 ‘블랙홀’이 내 안에도 ‘블랙홀’이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약 60조의 세포로 이뤄져 있죠. 그 세포 하나하나가 실은 ‘별’입니다. 그래서 나의 몸은 60조의 별이 모인 거대한 은하입니다.


그런데 그 ‘별(세포)’마다 욕망이 묻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인간의 유전자를 통해 이어지는 가짐과 집착의 기질입니다. 수행을 통해 털어진 욕망은 어김없이 블랙홀 속으로 ‘쑥쑥’ 들어가죠. 그리고 나중에 ‘나’라는 은하계의 마지막 욕망까지 블랙홀 속으로 ‘쑤∼욱’ 들어갈 때 우리는 ‘부처’를 만나는 겁니다. 참 나를 만나는 겁니다. 거기가 우주의 근본, 인간의 본성, 우리의 성품 자리인 일원상의 진리자리입니다. 우리는 그 하나의 자리 근본 자리, 우주심 본래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내 안의 블랙홀은 바로 우리의 단전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단전에 집주하면 우주의 근본과 합일하고, 나의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며, 텅 빈 공(空)과 형형색색한 색(色)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일원의 진리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내 안에 있습니다. 나를 깨달아 아는 것이 일원의 진리를 각(覺)하는 것입니다.


원광대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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