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에 맞춰 수를 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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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에 맞춰 수를 세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4.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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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도연 교무의 7분 명사 51

출가 후 수학시절, 스승님께 잡념이 너무 많다고 말씀드리니, 선을 할 때 호흡에 맞춰 수를 세어 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처음에는 ‘하나’에서 ‘둘’을 세기가 힘들었습니다.


숨을 들이쉬며, 하나, 숨을 내쉬며, 둘을 셉니다. 그렇게 열을 세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 세는 것을 잊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다시 ‘하나’에서 시작해야합니다. 또 세는 것이 기계적으로 반복될 때에도 다시 ‘하나’로 되돌아갑니다.


저는 이 수식관(數息觀)을 하면서 온전하게 집중하지 않으면 ‘둘’을 세는 것도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화도 나고, 제 자신이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열’까지 도달하는 것이 훈련의 목적이 아니라 그렇게 하려는 ‘시도’가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호흡의 리듬에 맞춰 수를 세면서 저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은 그 짧은 순간에도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제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음은 얼마나 재잘거리고, 얼마나 다양한 상상을 만들어 내며, 이 일 저 일에 얼마나 훨훨 날아다니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의 ‘잡음’ 과 ‘그림’ 이 그칠 사이가 없더군요.


하지만 이 때 우리들의 마음이 잘 제어되지 않는다고 좌절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겠지요. 명상을 통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만 해도 큰 소득이니까요.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에 대한 깊은 관심과 몰입을 놓지 않으면 됩니다. 집중하려고 노력하되 그 노력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는 겁니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도 크게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해보십시오. 억지로 하지 말고, 순탄하게, 부드럽게, 꾸준하게 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호흡을 제대로 세고 있는 동안 마음은 한 눈을 팔지 않습니다. 들숨, 날숨을 세는 그 자체에 만족해 보십시오. 참으로 어렵고도, 참으로 쉬운 일이기도 합니다.


호흡의 리듬에 맞춰 수를 세고 있는 동안이지만 마음은 점점 고요하고 명료해집니다. 잠시 동안의 이 명료함만으로도 우리는 집중의 가치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의 공간에는 그 어떤 근심, 희망, 공상, 소원도 끼어 들 수 없습니다. 단지 그 마음의 공간을 넓혀갈 뿐이죠.


원광대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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