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법사님은 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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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법사님은 악성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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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진일화

원기 64년 중앙총부에서 대각개교절 기념 기관대항 합창대회가 열렸다. 당시 기관대항 합창대회 참가 조건은 기관장이 꼭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당시 훈련원장으로 계셨던 향산 안이정 종사님은 합창연습을 하면 흰 한복을 입고 가만히 오셔서 그림자처럼 조용히 다녀가셨다. 직원들이 “원장님! 노래 연습하셔야지요”하며 큰 소리로 합창하듯 하면 미소만 지으시며 강당을 나가곤 하셨다.


대회 날, 대기실에서도 “이번 노래의 성패는 원장님께 있어요. 우리는 완벽한데 원장님께서 어찌하실지 걱정입니다”하며 긴장된 마음을 풀 때도 향산님은 악보를 겨드랑이에 끼신 채 미소만 지으셨다.


드디어 노래를 마치고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향산님의 조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이때 심사위원이셨던 아타원 전팔근 학장님께서 합창단 옆으로 오시더니 “원장님! 이 곡이 상당히 어려운 노래인데 언제 그렇게 연습을 하셨습니까?”하고 여쭙자, 향산님은 그 잔잔한 음성으로 “뭐, 이 정도는 보통이여!”하는 것이었다.


그 담담하신 표정으로 하시는 그 말씀이 얼마나 우스웠던지 기념관이 떠나갈 듯 했다. 그렇게 한참을 웃으시던 전팔근 학장님은 향산님 겨드랑에 낀 악보를 보시며 “이렇게 노래 수준이 높으신 줄…”하며 열어보는 순간! 장내는 또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향산님께서 악보를 거꾸로 들으신 채 입모양만 움직이셨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보며 향산님께서는 “잘 하는 사람은 악보를 거꾸로 봐도 잘 하는 것이여! 악성(樂聖)들은 다 그렇지”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교무들이 향산님을 뵈올때마다 “법사님! 악보는 거꾸로 봐도 노래만 잘하면 되지요. 역시 법사님은 악성이세요”하며 장난 섞인 말씀을 드리면 미소만 지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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