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고민합니다. 연애할 때 손을 언제 잡을까 말이지요. 너무 빨리 잡으면 선수처럼 보일 것 같고, 너무 진도를 늦게 가자니 내가 답답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정한 게 5번째 만났을 때 잡자!였습니다. 상투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영화표를 사고 40분쯤 지나서 팔걸이를 올리고, 팔걸이를 올리자 나를 쳐다보고, 머쓱한 웃음 짓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화면을 보고. 10분쯤 있다가 은근 슬쩍 손을 잡았습니다. 안 빼더군요. ‘아. 성공이다.’라는 감이 오더군요. 연애의 시작, 스킨십의 시작은 <손잡기> 일 겁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여기서 성공했을 때 느껴지는 첫 단추를 잘 꿴 듯한 느낌은 참 짜릿합니다. 그리고 36.5도라는 체온 말고 다른 느낌이 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이라더군요. 단지 그 첫 느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죠. 오늘 다시 슬쩍 잡아봤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잡았지요. 1년 전 처음 손 잡았을 때와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때처럼 전기오는 듯한 느낌은 없었고 도파민도 안 나왔지만 다른 의미의 감정이 오갑니다. 여전히 그때와 마찬가지의 머쓱한 웃음을 서로 짓고 잠깐 눈이 마주치고 앞을 보고 걸어갑니다. 잠깐 눈 마주친 순간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런저런 감정이 오갑니다. ‘미안함, 고마움, 상대에 대한 안쓰러움’ 등이 몇 초라는 짧은 시간에 오고갑니다. 그리고는 처음 그 느낌, 도파민 나왔던 그 느낌이 다시 생각나더군요.
이번 주 곳곳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좀 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손 잡았을 때의 마음과 ‘다름없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따뜻한 사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겨울입니다.
대종사님께서 사랑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나’에게도 없고 ‘너‘에게도 없고, ‘나’와 ‘너‘ 사이에 있다고 말해주시지 않았을까요. 오늘 ‘손잡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