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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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자, 누구인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12.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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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문우답


원불교학과 신입생 훈련 후, 남자 서원관 방 배치를 받고 선배들은 신입생 입방식 행사를 치르게 하였다.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 있던 선배 방장의 문답이 뇌리에 생생하다. 그것은 방문 앞에 붙여놓은 성리문답 형식의 안내문이었다.


“생로병사의 이치가 춘하추동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 라는 주제가 써 있었고, 여기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다면 방 노크를 하라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통과 싸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노크를 하였다. 자신 있게 답하기를 “군대에 들어가면 보충대에서 장정이 되고, 훈련소에서 훈련병이 되고, 자대에서 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이 되며 때가 되면 제대를 한다.” 고 하였다.


지금도 맞는 답인지 틀린 답인지는 연마하고 있지만, 그 방장은 두 번 묻지 않고 싸인을 해주며 통과 시켜 주었다.


그때 무사히 입방식을 마치고 서원관 생활을 하면서, 정전 일원상장에 있는 구절 하나하나가 나의 화두요, 대종사님의 깨달음을 내 것 삼아 공부하며 수행했던 적이 그리워지곤 한다.


원기98년도 11차 전무출신 훈련에서 경산 종법사님께서는 체로금풍(體露金風)에 대한 법문 말씀을 해주셨다. 즉, “선(禪) 적공을 통하여 나무가 옷을 벗고 천지에는 소슬한 가을바람이 부니, 곧 꾸밈없는 참모습인 우리의 본래성품을 보고, 만사성공이 각자의 마음속에 있음을 알아 잘 활용하자” 하셨다.


여기에서 스스로에게 반문을 하여 본다.


나의 삶 속에서 선 이라는 것을 생각하는가, 정시에 정처에서 선심을 챙기고 있는가, 지금 어떠한 선을 하고 있는가, 선하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냉철히 바라보며 자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리선이든 여래선이든 조사선이든 내가 직접 해보고, 세밀한 선미(禪味)를 느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맛을 통합 활용할 때에 대종사님께서 밝혀주신 진공으로 체를 삼고, 묘유로 활용하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참 주인이 될 것이다.


오늘도 한 줄기 바람에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잎은 낙엽이 되어 뿌리로 돌아가고 있다.


어느 상황 어느 경계에서도 깨어 있는 나의 본래마음을 바라보고 그 상황, 그 경계에 호흡을 고르게 같이 할 수 있다면 여일하고 순일한 나의 참다운 육근작용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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