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끼들 잘 되라고
상태바
우리 새끼들 잘 되라고
  • 관리자
  • 승인 2015.12.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강동현 교무 /칠성부대 군종장교


어린 시절, 어머니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어느 날,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무이는 나누는 것이 좋은가잉?”,“ 좋제.”다시 물었다.“ 어째?”,“ 우리 새끼들 잘 되라고.”어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답하였다. 자녀들을 위해 복 짓는 어머니. 그 답변이 마음 깊이 잔잔하게 담겼다.


그 마음이 씨앗이 되었을까? 나눔이 일상인 군 교화를 하게 되었다. 이 나눔터에서 빛나는 것은 단언컨대 간식이다. 간식 없는 군 교화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간식을 받고 행복해 하는 장병들 모습, 더 못 줘서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염원한다. ‘간식이라도 먹고 군 생활 잘 하기를.’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군종병이 고충상담을 요청했다. “교무님! 간식이 항상 부족합니다. 앞에서 받고난 후, 뒤에 가서 또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달라는 장병도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넉넉하지 못한 교당 살림에 눈물겨울 뿐. 그러나 웃으며 답했다. “교무님이 잘 이야기 할게.”


그 주 일요예회가 되었다. 공고시간에 조심스레 장병들에게 물었다. “빵 2개씩 먹고 싶죠?”장병들이“네~에!” 하고 우렁차게 답했다. “그럼 빵을 반으로 나누세요. 그럼 2개가 됩니다.”그 답변에 한바탕 큰 웃음이 터졌다. 덧붙여 말했다. “간식수량이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내가 하나 더 먹으면 다른 사람이 못 먹어요. 그러니 서로 배려합시다.”장병들은 수긍했고, 날이 지날수록 문제점들은 조금씩 개선되어 졌다.


그러나 나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사실 요즘 군대는 과거처럼 배고픈 곳이 아니다. 부식도 잘 나오고, 간식거리는 부대 매점에서 저렴하게 이용 할 수 있다. 오히려 받는 것에 익숙한 문화가 원인이라 생각되었다. 실제로 말도 안 되는 것을 달라고 요청하는 장병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웃으며 가볍게 물어 본다. “너, 나한테 맡겨놨니?”이 물음에 같이 빵~웃는다. 요청하는 장병도 얼마나 무모한 줄 알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 감사 할 줄 알고 나누는 문화, 받는 것도 즐겁지만 주는 것이 더 즐거운 문화, 소태산 대종사가 밝힌‘지은보은(知恩報恩)’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었다. 그러나 특별한 실천 방안은 없었다. 오직 서원만 있을 뿐. 기약 없는 서원의 씨앗이었다.


기약 없는 고민이 깊어질 무렵, 교당에 택배물이 도착했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정성스런 음식이었다. 음식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 마음에 잔잔하게 담겼던 말이 떠올랐다. ‘ 우리 새끼들 잘 되라고.’이 말을 깊이 음미했다. ‘그렇지! 나누는 것이 복 짓고 복 받는 일이지.’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지은보은의 이치와 결과를 나눔으로서 교육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원의 씨앗이 꿈틀거렸다. 더불어 아이디어도 꿈틀거렸다. 그리고 결정된 실천 방안, 바로‘간식 없는 날’이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군 교화에 간식은 생명이거늘. 그러나 답은 명확하다. ‘우리 새끼들 잘 되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