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보다 아름다운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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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보다 아름다운 침묵
  • 관리자
  • 승인 2015.12.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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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서상보 교도 / 도봉교당


꽤 오래 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 6번“비창(pathetique)” 연주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4번과 5번의 명쾌한 피날레와는 달리 비창의 4악장은 슬픔의 심연으로 끌고 가듯 악장이 끊어질 듯 이어진다. 바로 비창의 백미이자 결론으로 지휘자가 최고로 집중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중간에 끝난 것으로 착각한 박수소리가 느닷없이 터져 나온 것이다. 가까스로 연주를 마친 지휘자가 청중들 수준에 대단히 실망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공연 후에 치는 박수는 연주에 대한 감사는 물론 앙코르나 커튼콜을 위함이다. 요즘 클래식 공연장에 가보면 시작 전에 휴대폰을 꺼달라는 말과 함께 박수치는 타이밍까지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청중이 다 같은 음악수준을 가진 것은 아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같은 음악이라 해도 오페라 공연에서는 중간에 멋진 아리아가 나오면 박수를 치거나 같은 곡을 앙코르해서 듣기도 한다. 심지어 이탈리아에서는 베르디 오페라“나부코”3막 중“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나올 때 다 같이 일어서서 노래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한다.


호로비츠나 루빈스타인 같은 연주자는 음악회의 성공 여부를 협주곡의 느린 악장이 끝난 뒤 청중이 침묵을 지키는지 아닌지로 가렸다 한다. 환호성을 바로 지르지 않고 조용히 여운의 순간을 즐기는 청중의 모습에서 음악회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했던 것이다. 즉 침묵이 커다란 박수보다 훨씬 귀
중하다는 뜻이다.


공연 중 박수를 금지하는 것은 연주자의 집중력을 깨뜨리지 않고 좋은 연주를 듣기 위한 배려이다.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이유가 현장에서 생생한 감동과 분위기를 느끼기 위함인데 쫓기듯 박수치는것에만 신경을 쓴다면 정작 음악은 듣지 못할 수도 있다.


독일의 저명한 음악비평가 요하임 카이저의 말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진정한 평가는 연주가 끝나고 음미를 거친 몇 초의 침묵 뒤에 터져 나오는 박수여야 한다.”


(추천 연주: 예프게니 므라빈스키 차이코프스키 비창 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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