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일 절 수행의 경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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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일 절 수행의 경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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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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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성전 교도 / 강남교당


‘절을 쉬면 정말 안 아플까? 게으름만 더 키워지는 것이 아닐까? 게으르지 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끝까지 가자. 기왕에 아픈 것 삼천 일을 채우는 11월 25일이 지나서 절을 그만두어 보면 그것이 절 때문이었는지 아닌지를 알게 되겠지. 그날까지 아파보자’하고 자신에게 답한다.


허리 아픈 증상에는 걷기운동이 최고라는 말을 듣고 4월부터 절을 하기 전 새벽 6시에 아파트 주위를 30분씩 걷기로 하였다. 얼마 동안을 걸으면 통증이 조금씩 완화되는 것을 느껴 처음에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걷는데 신경을 썼으나 지금은 여유롭게 행선하는 마음으로 걸으니 매일 아침 일원상서원문을 30독씩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아침 동네를 걷다 보니 아파트가 동작동 국립현충원 뒤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있는 덕분에 그동안 못 보던 우거진 숲들, 예쁜 화단, 맑고 깨끗한 공기, 새들의 지저귐, 풀벌레 우는 소리 등 자동차 소음이나 매연이 없는 자연환경인 이곳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동안 지대가 높은 산동네로 이사 왔다고 불평하였음을 반성하며 이 동네를 사랑하게 되는 겸손한 마음이 생겼다.


몸을 움직여 운동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5월부터는 함께 일찍 일어나 걸어주니 법계에서 나를 시험하는 것이 아닌가 싶던 생각이 오히려 은혜를 내려주신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몸이 아파지면서 부득이하게 느릿느릿 절을 하다 보니 조금씩 게으름이 생겨나 아침 절 끝나면 휴… 하고 숙제 끝낸 심정으로 노트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런 일은 여태까지 없었던 일이었다. 지루하고 힘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7월부터는 불교방송에서 만든‘행복을 찾는 108배’라는 CD를 구해 틀어 놓고 들으면서 절하고 있는데 현실에 딱 맞는 좋은 법문이어서 지루함이 없어졌다. 8년여에 걸쳐 절을 하는 동안 바뀐 CD는‘나를 닦는 108배’, ‘ 나를 깨치는 108배’, ‘ 교전 108배’, ‘ 사은송 108배’등 이번이 다섯 장 째가 된다.


이번 여름 동안 매일 땀범벅이 되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남편이 보며“말콤 글래드웰이 말한대로 10년을 채우겠다고 2년을 더 늘리겠단 생각은 절대로 하지마라”고 웃으며 말했다.



8월 17일에“D- 99일!”이라며 시작한 마지막 백일 카운트다운이“11월 25일 제로!”로, 삼천일을 채우게 되는 날을 50여일 눈앞에 두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천 일은 처음 해 본 절 수행의 성취감에 감동되었고, 이천 일은 계속 더 할 수 있음에 기뻐서 하였고, 마지막 삼천 일은 익어가는 맛이라고 할까? 무엇인가를 이루어냈다는 뿌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절 수행을 했다고 말하려면 삼천 일은 해야 그 맛을 알게 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금은 건방진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다행히 끝까지 무릎은 아프지 않아서 엉성한 자세이지만 오체투지 대신 삼체투지로 오늘도 무사히 108배를 마치고‘욕심을 줄이자. 몸에게 물어 보면서 하자’고 다짐한다. 한방병원 치료와 피트니스 센터에서의 운동을 병행해 가며‘지금 올린 108배가 모든 생명에게 지혜와 자유의 씨앗이 되기 바라며 절합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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