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담대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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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담대한 출발
  • 관리자
  • 승인 2016.03.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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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명 교무/ 시민사회교화 개척/ 한울안칼럼


“아이러니다”,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는 요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못 박혀 돌아가신 후,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인이 국민을 진정으로 걱정했던 시기가 얼마나 있었을까? 성직자나 수행자들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교리나 수행법, 또는 신성한 절대권위를 내세워 때로는 그들 위에 군림하며 교단의 권위와 전승에 더 관심을 쏟았다.



현실에 짓눌려 고통 받는 민중의 삶을 업보나 원죄로 규정지어 천도재와 예수재를 지내면 업장이 소멸된다거나 예수만 믿으면 구원 받는다고 가르치며 혹세무민한 어두운 과거를 숨길 수 없는 것이 주류 종교였다. 왜곡된 현실에 분노하며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눈 밝은 성직자나 수행자들의 외침을 외면했던 종교가 언제 진정으로 이 사회를, 그리고 민중의 삶을 걱정했던가?



1세기 전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으로 비롯된 원불교가 불법(교법)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혁신의 길을 걸어온 지 어느덧 백년. 이제 새로운 백년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앞서 전재한 종교의 위기를 생각할 때 과연 원불교는 자유로운가?



새 시대 새 종교요 새 불교로 출발한 교단이 과거 종교의 적폐를 걷어내고 새 희망의 복음(福音)으로 자리매김하였을까 라는 물음에 선뜻 자신 있는 대답을 못하는 건 나만의 기우(杞憂)일까?


원불교는 지난 1세기 동안‘4,50년에 결실하리라’는 소태산 스승님의 말씀처럼 국내 4대 종단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교단은 해방 이후 전재동포구호사업을 시작한 이래 재가 4단체(청운회·봉공회·여성회·청년회)와 몇몇 NGO를 중심으로 종교의 관점에서 대사회 봉공사업에 성심으로 참여해 왔으며 그간의 노력은 이미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평가를 받았다.


결복 100년대를 맞이하여 앞으로 교단의 위상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책무에 대한 요구도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커질 것이며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될 것이다. 이에 효율적인 대응과 참여를 위해 재가 4단체가 담당해 온 대사회봉공의 창구 외에 그동안 사회 NGO들과 연대해 온 교단내의 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인권위원회, (사)평화의 친구들, 원불교환경연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연대하여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머리글자를 따서‘원씨네’)’라 이름하여 한 지붕 아래 모였다.



사회개벽교무단은 원기72년(1987) 6.29선언이 있기 전 젊은 교무들이 발의하여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기도식을 시작으로 결성되었다. 원불교인권위원회와 (사)평화의 친구들은 원기88년(2003) 2월 9일과 3월 5일 원불교중앙청년회를 주체로 각각 설립되어 인권과 평화운동에 앞장서오고 있다.
원불교환경연대는 원기95년(2010) 5월 24일 발기인 총회를 열고 탈핵운동, 먹거리 정의, 절전과 교육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원기98년(2013) 7월 6일 천지보은과 햇빛발전으로 에너지 개벽을 이루자는 취지로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원불교100년에 100개의 햇빛교당을 세우겠다는 서원으로 현재 90여 개의 햇빛교당을 세우며 활동하고 있다.


이제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원씨네)는 ‘정의거든 죽기로써 실천하라’하신 소태산 스승님의 말씀을 받들어 ‘정의, 인권, 평화, 환경(생명), 에너지 개벽’을 매개로 대사회교화의 창구로 소박하지만 담대한 출발을 하였다. 각각으로 나뉘어 있을 때는 미약하였으나, 5개 단체가 물리적인 결합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더 나아가 원씨네가 재가 4단체 및 기존의 NGO 단체들과 더불어 각각의 분야에서 서로 합력하여 제생의세의 활불이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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