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심소회(呵呵心笑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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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심소회(呵呵心笑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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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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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일기‘일곱개의 별’- 33/ 대위 강동현 교무


“저는 특별한 재주가 없으니 앞구르기를 하겠습니다” 깔깔대소회(呵呵大笑會)에서 열심히 앞구르기를 했던 정산종사. 상상만 해도 “깔깔!” 웃음이나온다. 그 웃음을 따라 정산종사님의 앞구르기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본다.



‘일원대도 정법을 굴려보겠다는 천심(天心)이 있는가? 사상이 떨어진 불보살의 동심(童心)을 가졌는가?’ 천심과 동심을 반조 할수록 정산종사님의 앞구르기는 부처님의 염화미소(拈華微笑)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정산종사님의 앞구르기를 깔깔미소(呵呵微笑)라고 부른다. 깔깔미소를 마음에 새기며 크게 웃어본다. “깔깔깔깔!”


그러나 웃음을 사치로 여기는 곳이 있다. 바로 군대다. 군대는 군기를 생명과 같이 여긴다. 엄정한 군기는 전투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절제된 동작과 경직된 표정을 군기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거문고 줄이 느슨하면 소리가 나지 않고, 줄이 팽팽하면 소리가 끊어지나니, 완급에 골라 맞는 중도행을 하라」고 밝힌 사십이장경의 법문처럼 과하거나 덜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중도에 벗어난 군기는 부대사고와 직결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부대도 최전방이여서 그럴까? 엄정한 군기가 살아있는 부대가 있다. 바로 비무장지대 수색과 매복을 담당하는 수색대대다. 그런데 올해 초, 이 부대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작전 중에 자살사고가 일어 난 것이다. 사고부대는 바로 대기부대와 교대 되었다. 본부로 복귀한 사고부대는 5부 합동조사를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한 장병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군종부에선 해당 부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방법을 모색했지만 쉽진 않았다. 해당부대가 사고수습과 조사로 인하여 어려움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군종참모인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급부대에서‘찾아가는 군종활동’을 실시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으니 각자 계획보고를 해달라는 공지였다. 사고부대를 위한 부대안전기
도 실시계획을 보고 했다. 다음날, 해당부대에서 일요일 오후가 가능하다며 연락이 왔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가능하다는 회신에 감사했다. 법신불 전에 감사의 심고를 올렸다. “사고부대 장병
들을 사랑으로 품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일요일 오후, 차에 간식을 싣고 부대를 찾아 갔다. 먼저,“ 군종부를 대표해서 왔습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부대지휘관을 만났다. 지휘관의 표정이 매우 힘들어 보였다. 장병들은 두 말 할것도 없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우선, 장병들에게 동그랗게 모이도록했다. 각을 맞춰 서있는 것에 익숙한 장병들이 머뭇거렸다.



“원불교는 원이니깐 동그랗게 서 보세요”란 멘트를 시작으로 말도 안 되는 유머를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웃음도 터트리고 분위기도 밝아졌다. 내 힘이 아닌 법신불 사은님과 소태산 대종사님과 선진님들의 기운이 함께하는 듯했다. 덩달아 나도 살아났으니 말이다. 모두가 은혜였다.
그 분위기를 이어서 서로 손을 맞잡고 부대안전기도를 올렸다. 기도내용은 경산 종법사님의 신년법문이었다. “초심을 실천하고, 나의 삶을 축복하며, 은혜를 서로 나누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기도 후, 맞잡은 손을 놓지 말고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 “전우야 힘내자! 전우야 함께 가자! 전우야 사랑한다!” 그리고 서로를 마주 보게 했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휘관에겐 장병들에게 간식을 나누어 주면서 뜨겁게 안아주라고 했다. 지휘관과 장병들은 서로 안은 채 귓속말로 마음을 나누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지휘관과 장병들을 뜨겁게 안아줬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화이팅!!”을 크게 외쳤다. 그 자리에 모인 100여 명은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다. 그렇게 부대안전기도는 끝났다. 장병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런데 지휘관이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잠시 후, 지휘관은‘수색’이라고 적혀있는 모자를 내밀며 말했다. “교무님! 감사합니다. 너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희들의 작은 마음입니다” 모자를 받는 나에게 장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보내줬다. 너무 감격이었다. 모두가 활짝 웃었다.


그 날 저녁, 군종목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교무님! 수색대 지휘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부대안전기도를 해준 군종부에 대한 감사의 전화였습니다. 혼자서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전화를 받고 난 뒤, ‘수색’이 적힌 모자를 쓰고 심고를 올렸다. ‘법신불 사은님! 모두를 살려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더불어 이 기도식을 다음과 같이 명했다. 모두가 마음으로 활짝 웃은‘깔깔심(心)소회’라고. 그리고 마음으로 크게 웃었다. ‘깔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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