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간다, 개벽이가 간다14] “나는 이 일을 할 팔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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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간다, 개벽이가 간다14] “나는 이 일을 할 팔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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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30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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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신문·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공동 기획┃「간다 간다, 개벽이가 간다」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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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일을 할 팔자”(1)

박대성 편집장(이하 박) :
곧바로 기념대회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총감독 제안을 받아 들이신 계기가 궁금한데요.

김동원 교수(이하 김) :
원광디지털대학교 남궁문 총장님이 기념대회 연출을 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를 수산 정상덕 교무님(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사무총장)께 추천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7주 정도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예술과 철학'을 주제로 초청되어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빨리 한국으로 들어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전에는 감히 제가 이 행사를 맡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처음에 총감독 제안을 받고 잘못되면 교단과 대학에 누를 끼칠 수도 있고, 배짱이 없어서라도 안 되겠다 싶어 거절 하려고 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기존에 나온 구성안을 보니까 틀에 박힌 내용이었습니다. 적어도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어야지 한질의 대하소설이 되면 안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행사는 함축적으로 진행해야지 늘 하던 모든 것이 들어가는 식이 되면 지루하고 방만해질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기존 안에 대해서 이것은 자르고 저것은 바꿔야 한다고 말씀 드리니까 수산님께서 과감하게 덥석 받아들이시는 겁니다. 그래서 저의 꿈을 마음껏 펼치게 해준 교단과 학교의 은혜에 보은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교도님들이 기도를 해주시는지 그 덕에 막힘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큰 행사와 무대에 대한 노하우가 있고, 동시에 지난 11년간 교도로서 법회에 참석해 원불교 문화와 정서를 알고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 특별천도재를 맡게 되어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천도재를 하다가 감옥까지 갔다 온 사람(김 교수는 87년 고(故) 이석규 열사 추모제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뤘다)이잖아요(웃음). 양계의 간절한 뜻으로 음계를 떠도는 영령을 제대로 보내드리는 일의 중요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제가 100주년기념대회를 맡기 위해 그동안 온갖 공부를 해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번 독경 워크샵 때 강의한 내용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삶과 체험을 통해 얻어낸 원리를 전한 것입니다. 독경이 망가지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습관적으로 독경을 하는것입니다. 매일 '일원상서원문'을 독경하더라도 습관이 아니라 할 때마다 밝혀지는 독경, 머물지 않는 독경이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자력독경'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입교를 하니 주위에서 “김 교수가 국악을 한 사람이니까 좋은 독경 운곡을 만들어서 보급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만일 기념대회 때 목소리와 운곡이 좋은 교무님이 마이크를 잡고 하는 독경을 스피커를 통해 대중이 따라 하게 된다면 결국엔 거기에 끄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본의 아니게 '타력독경'이 돼버립니다.

:
지난 1차 워크샵 때 '자기만의 운곡을 찾으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편으로는 독경 운곡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
'독경의 본질은 뭘까?' 나름 연마하며 발견한 내용이 있었는데, 이번에 기념대회를 앞두고 재가 · 출가 200인의 독경단을 모집했다는 수산님 말씀에 제가 먼저 워크샵을 제안했습니다. “습관적으로 하는 독경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나눌 수 있게 해 달라”고 자청을 했습니다.
제가 감옥에서 고생을 해서 허리 수술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이후 전통무예인 수벽치기를 열심히 배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악은 정서와 감정을 주로 표현하는데, 한국 전통에는궁중음악과 범패(불교전통음악)가 희로애락이 벗어난 자리를 추구합니다. 수벽치기를 보면서 이것에서 살기(殺氣)만 빼낸다면 희로애락이 떠난 움직임으로도 아주 좋은 몸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수벽치기 움직임을 응용해서 즉흥적인 공연을 파리 에펠탑에서 한 적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원기90년쯤에 당시 종법사셨던 좌산상사님께서 '원무(圓舞)'라는 것을 만들어 보라고 하명을 하셨습니다. 원불교 교리와 정서를 담은 춤을 독무(獨舞)는 '선춤', 군무(群舞)는'원춤'이라고 이름까지 붙여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책자도 만들고 동영상도 만들어서 원기92년 교무훈련 과정에 보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원불교는 천도재에 제물이나 음식을 차리지 않습니다. 대신 이번 특별천도재에는 몸의 움직임으로 공양을 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희로애락을 떠난 은혜로운 춤인 원무를 천도재와 기념대회에 올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제가 그동안 공부한 모든 것이 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였구나, '나는 이 일을 할 팔자였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다음 호 계속)

* 김동원(법명 수오) 교수는

1984년부터 한국전통음악의 명인들로부터
마을 풍물굿과 사물놀이, 무속음악,
판소리 고법 등 다양한 전통음악을 학습했다.

수많은 해외 교류 사업을 통
해 한국 음악과 문화의 깊은 아름다움을

널리 전하여 왔으며,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한국 전통타악에 관한 여러 권의 교재와

어린이 그림책「사물놀이 이야기 (2001)」를 썼으며,

다큐멘터리 영화「Intangible Asset Number 82 “( 땡큐, 마스터 킴”,2009)」

에도 출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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