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노자의 대소유무大小有無
상태바
공자와 노자의 대소유무大小有無
  • 관리자
  • 승인 2016.08.08 0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도상작가의‘인문학으로대종경읽기’12-01

크기변환_정도상작가.jpg

큰 도와 작은 도에 대해서 '큰 것과 작은 것 그리고 있는 것과 없는 것' 즉 대소유무(大小有無)에 대해 장자만큼 깊이 있게 설명한 사람은 드물다. 노자는 그것을 개념으로 설명하려 들었지만 장자는 형상(形象)으로 보여줬다. 장자 외편(外篇)'천운(天運)'편에 보면, 공자가 쉰한 살이 될 때까지 도를 깨닫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는 남쪽의 '패(沛)'라는 고을에 가서
노자를 찾아보았다. 노자가 공자에게도를 어디서 구하려 했는지 물었다.

공자 : 나는 도수(度數)에서 도를 구하려 하였으나 오년이 되도록 얻지 못했습니다. (여기에서 도수는 법도나 제도를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의 단계별 수준을 말하는 것이기도 함)
노자 : 그 다음에는 또 어디에서 구하였소?
공자 : 음양에서 구하고자 하였지만 십이 년이 되도록 얻지 못했습니다.
노자 : 당연한 노릇이오. 만일 도라는 것이 바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주군(임금, 권력자)에게 바치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요. 만일 도가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친부모에게 드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며, 알려줄 수 있는 것이라면 형제에게 알려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요. 또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자손들에게 전해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요.
그런데 그리 되지 않는 까닭은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마음속에 도를 주관할만한 태도가 없으면 도는 머무르지 않을 것이고, 세상이 올바르지 않은 것은 도가 행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에서 나오는 도를 밖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성인은 그것을 내놓지 않습니다. 밖에서 도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마음속에 주인 노릇을 할 만한 것이 없으면 성인은 그것에 의지하지 않습니다.

장자가 직접 쓴 것처럼 공자가 노자를 실제로 찾아 갔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볼 도리는 없다. 만일 맹자가 글을 썼다면 공자에 비해 노자가 훨씬 더 어리석게 표현되었을 것이다. 서구의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그런 태도를 두고 '당파성'이라고 한다. 장자가 공자보다는 노자한테 확실한 당파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된다.

노장의 도에 비해 공맹의 도는 보다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국가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ideology)가 되었다. 공맹의 도는 '천하 사람이 다 행할 수 있는' 도였고 실제로 행해야 했으며 행하기도 했다. 반면에 노장의 도는 '적은 수만 행할 수 있는' 도였고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되지도 못했으며 많은 유학자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했고, 은둔하는 처지가 되었다.

조선은 공맹과 주희의 성리학으로 지탱된 철학국가였다. 서경덕의 기일원론과 율곡의 이기일원론, 퇴계의 이기이원론에 이르기까지 공맹과 성리학은 조선을 왕국이 아닌 공화국으로 이끌어 갔다. 비록 삼봉 정도전이 이방원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조선은 태종 이방원의 나라가 아니라 삼봉 정도전의 나라였다. 그리고 노학자였던 퇴계 이황(이기이원론)과 젊은 학자였던 고봉 기대승(이기일원론)과의 편지를 통한 사단칠정논쟁은 말 그대로 학문의 꽃이었고 아름다운 소통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렇듯 공맹의 도는 천하 사람이 행할 수 있는 도였다. 하지만 공맹의 도가 노장의 도보다 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공자의 도와 노자의 도는 다르다. 공자의 도는 기껏해야 이차원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노자의 도는 사차원을 넘어 확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공맹의 도가 국가주의로서의 천하와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의 도리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면, 노장의 도는 우주 만물의 본성을 밝히려는 도이기 때문이다. 공자와 맹자는 근본적으로 국가 운영과 사람살이의 근본을 밝히기 위해
생애를 바친 정치인이며 사상가적 학자였고, 노자와 장자는 사물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생애를 바친 사상가들이다. 학자와 사상가는 사물을 보는 눈길 자체가 다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