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미운 사람을 잘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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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미운 사람을 잘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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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1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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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관응 교무 ㅣ 경남교구 신현교당


육관응 교무님.jpg

간월산 자락에 자리잡은 배내훈련원의 아침 향기는 싱그러웠다. 밖에서는 '덥네'해도 훈련원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심신이 행복해 진다. 대각전을 거쳐 기도처를 오르다 보면 절로 묵언수행이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되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것이다. 물소리, 새소리도 아침 여정에 함께하니 정화가 절로 되는 느낌이다. 듣고 보고 느끼는 이런 편안함을 그저 누려도 되는가 싶다.
아침 공양을 마친 후 향타원 박은국 종사를 뵙는 시간을 가졌다. 94세 노구에 어울릴법한 온화함이 묻어났다. 그 부드러운 자태는 주변 자연과 오버랩됐다. 법문을 받드는 동안 나도 모르게 '그렇구나'를 속으로 몇 번이나 되 내었는지 모른다. 17세에 원불교에 입문한 향타원 종사의 말씀은 평범 속에 일참이 있었다. 우선 일상의 안부에서부터 물은 후 마음공부에 대해 설명했다.

“어제 저녁에도 여기서 잤지. 추웠지.”
“잘 잤습니다.”
“아직 찰 텐데.”


자비스러움이 함께했다. 마음공부에 대한 법문 역시 간이하면서도 깊이를 더했다. 한 말씀이 한 말씀이 법어였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천천히, 말씀하시는 배려심이 묻어났다.


“미운 사람, 잔소리하는 사람을 보고 한대 딱 때려 주고 싶거든 '아, 잡기가 왔구나' 그러고 잘못한 사람을 보고도 사랑해 주고, 예뻐해 주고, 다독거려 주고 싶거든'아, 선인이 왔구나' 하면 마음공부가 돼.”
“그래도 미운 마음이 날 때는 어떻게 합니까?”
“미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독이 들어와. 속으로 병이 들어. 아무리 미워도 예쁘다 하고 보면 예뻐져. 집에 가서 한 번 해봐. 친구나 이웃이나 미운짓하면 예쁘다 하고 봐줘. 미운 마음을 안내도록 하는 것이 마음공부야.”


향타원 종사의 이 말씀은 대종경 실시품 47장에 수록된 '좋은 사람이야 누가 잘못 보느냐. 미운 사람을 잘 보는 것이 이른바 대자대비의 행'이라는 법문과 연관되어 진다. 아무리 잘못한 사람이라도 미운 생각이 안 나고 사랑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마음공부가 되어 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음공부를 통한 마음 챙김이다. 향타원 종사는 또 한 말씀을 덧붙이신다. 어느 누가 흉내 낼 수 없는 언어구조다.


“마음공부하면 이뻐져. 나 이뻐?”
“예.”
“마음공부해서 그래.”


향타원 종사의 편한 얼굴을 또 다시 한번 쳐다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짧은 한 마디 말에 압도당한 면도 있었지만 그날 분위기가 그랬다. 향타원 종사의 언향(言香)이 향원실에 가득했기 때문이리라. 말씀 중간 중간에 이어지는 향타원 종사의 호탕한 웃음 역시 기도와 적공으로 화한 에너지가 함축되어 있음을 알게 됐다.
에너지가 온 우주에 가득해도 찾아 활용하는 사람이 주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다. 기도승지, 정진적공 승지가 그냥 되겠는가. 어느 누가 어느 장소에 있는가가 따라 에너지가 활성화 되고 정화가 강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향원실을 나오면서 미운 사람을 얼마나 예쁘게 보았는가 되물어진다. 얼굴도 한번 만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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