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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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칼럼]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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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2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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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담현 교도(마포교당) ㅣ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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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화제 속에서 프랑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였고 현지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아 전 세계 175개 국에 판매되기로 한 우리 영화. 국내 최고의 영화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사로 '곡성'을 밀어내고 국내 전 상영관을 독점하듯이 스크린을 점령하며 청소년 관람불가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극장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영화 '아가씨'에 대하여 상영금지나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없다. 그 흔한 스크린 독점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는 평론도 많지 않다. 같은 시기인 지난 6월 11일 토요일,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렸고, 그 옆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종교 및 사회단체들의 반대집회가 열렸다. 솔직히 이날 이전부터 반대자들은 퀴어문화축제 행사가 열리지 못 하도록 서울시청 등 관계기관을 압박하고 중앙일간지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 준비를 해왔다.
이 두 가지 현상이 '무엇이 어쨌다는 것이냐'라는 반응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아가씨와 퀴어문화 축제는 ' 동성애'로 묶여 있다. 영화 '아가씨'의 두 여주인공은 동성애를 통해 맺어진 사이고 동성애를 큰 줄기로 하여 영화의 스토리가 풀린다. 영화는 두 여주인공들의 농도 깊은 베드신으로 끝난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사로 역시 동성애의 표현이다.
일년에 한번 서울시청 광장에서 주최 추산 5만, 경찰 추산 1만 명의 성소수자 및 지지자들이 오후에 잠시 부스를 열었다가 시내를 한번 행진하는 퀴어문화축제와 동성인 두 아가씨들 간의 동성애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전국의 스크린을 뒤덮고 곧 청소년들도 인터넷으로든 어떻게든 쉽게 그 영화를 다운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는것 중 어느 것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더 클까? 기간의 지속성 및 전파성 등을 고려하여 본다면 퀴어문화축제보다는 영화 아가씨가 사회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동성애의 무분별한 확산을 걱정하는 이들은'아가씨'에 대한 상영금지나 반대를 외치거나 극장
앞에서 시위하지 않을까.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나타나는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존중하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왜 또 다른 민주사회의 핵심적 가치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하여는 다른 잣대를 가지는 것일까.
영화 아가씨를 CJ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소규모 배급사나 협동조합 형태의 회사가 투자와 배급을 담당하고, 감독을 박찬욱 감독이 아닌 동성연애자임을 밝힌 김조광수 감독이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 아가씨가 지금과 같은 호평속에서 국내의 극장가를 점령할 수 있었을까. 국내여론은 어떤 반응을 보냈을까. 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를 계획하였던 사람들은 지금 이 시기에 영화가 상영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표현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그 사회에서 가장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약자들에게 가장 최우선적으로 또 가장 강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그러한 인식을 시민들이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만만한 자들의 외침은 만만하게만 보고 힘이 있는 자들의 선택에 대해서는 그 선택을 너무나도 쉽게 존중하는 그런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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