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교무라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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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교무라서 행복해요"
  • 관리자
  • 승인 2016.08.30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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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성 교무(미주동부교구 리치몬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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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한 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희망을 가지고 살면 천사가 나타날 것”이라며 미주 동부교구 교무훈련을 끝내고 교당으로 돌아가는 노스캐롤라이나교당 교무의 메시지였다.

교무훈련 며칠을 앞두고 리치몬드 지역에 토네이도가 덮쳐 교당이 큰 피해를 입었다. 아파트 3층 높이 정도에 어른 두 명이 껴안아도 손이 닿지 않는 대형 참나무가 교당 생활관으로 넘어졌다. 큰 나무가 쓰러지면서 그 보다 높은 소나무 두 그루가 생활관 2층 방의 천장을 뚫고 들어와 구멍이 생겨 밖이 훤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만약 그 시각에 누군가 침대에 누워 있었더라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광경이다.

그때 시각은 밤 10시, 한국 사가에서 교당 일을 도와주시기 위해 오신 형부와 교당 공사를 위해 작업을 하고 계셨던 분들이 함께 계셔서 그 어둡고 힘들었던 밤을 홀로 보내지 않은 것이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다음 날 아침! 두근거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법당 쪽으로 가보았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튀어 나온 한마디 “Buddha bless me!” 다행히도 리모델링한 법당 쪽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 쓰러져 있는 나무들에게 조

차 감사 인사를 하였다.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좋은 일이 아니고 또 다른 분들 걱정시키기 싫은 마음에 주변 교무님들께 연락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워싱턴교당 교무님들이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님에도 단숨에 달려 오셔서 위로를 해주셨다. 이로 인해 교당 이웃인 옆집 가족과 주변 미국인들에게 동양인 작은 여자가 그냥 혼자 사는 것이 아닌 것을 보여준 것 같아서 많은 힘이 되었다.

미주 동부교구 교무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리치몬드교당을 위해서 기도를 올리며 마음은 함께 하고 있으니 힘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비록 훈련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훈련기간 내내 교무 훈련에 참석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토네이도 후속 조치로 교당 주변에 쓰러진 나무를 치우는 일과 더불어 피해 보상을 위해 보험회사와 의논을 하면서 일주일을 보냈는데 보험회사에서 보상은 겨우 500불(약 60만원) 정도밖에 해주지 않는다고 하고 쓰러진 나무들을 치우는 일은 자비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무 치워주는 회사에 견적을 내보니 7,500불(9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한국의 교당들이 그렇듯 겨우 빠듯하게 유지만 해가고 있는 교당에서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 생기니 걱정이 앞서면서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노스캐롤라이나 소원공 교무의 메시지처럼 음조의 힘을 받았다.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쉬지 않고 130킬로미터를 밟아도 13시간이 넘어 걸리는 거리를 얼굴 한번 보고 기운을 함께 해주기 위해 시카고교당 교무님들이 시간을할애하여 오셨다. 그것도 미주 동부교구 교무님들의 정성스런 편지와 헌공금(딱 필요한 만큼 7,000불)과 함께.

받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법당에서 받았지만 교무님들이 떠나시고 정성스런 편지를 거듭 읽고, 또 읽으면서 미국에서 살아온 13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동안 언어가 서툴고 모든 면이 부족한 내가 이렇게 무탈하게 살아온 것이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이며 특히 선진스승님들 동지님들의 기도와 기운덕으로 살았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어딘들 편안하고 쉽게 일원의 법음을 전할 곳이 있을까마는 특히 미국 대륙은 세계적으로 정신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중심지이고 정신개벽의 최고의 경지를 실재적으로 보여 주어야만 하는 물질의 실천주의의 사회이기에, 몸소 실천하며 깨달음의 경지를 보여주려고 늘 고군분투하시는 우리의 교무님들 얼굴이 떠오른다.

리치몬드교당을 위해 그리고 이 세상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고귀한 분들이 있기에 결코 혼자서 불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처럼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와 호렴을 늘 받고 있다는 든든함에 힘들고 괴롭고 외로웠던 마음이 모두 스르르 녹아내린다. 나의 업장이 녹아내리는 걸까? 그래서 이런 말이 떠오른다. “교무라서 행복해요!”

후원계좌 : 새마을금고 9005-0000-3215-2 (재)원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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