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 나향욱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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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칼럼] 나향욱을 위한 변명
  • 관리자
  • 승인 2016.08.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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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담현 교도(마포교당,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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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문제. 이 문제만큼 우리를 어둡게 하는 것도 없다. 집 값, 애들 학비, 노후 대책 등을 생각하면 답이 안나온다. 그저 빚이 늘지 않고 가족들이 질병이나 사고가 없어 갑자기 큰 돈이 들어가지 않은 이번 달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우리에게 무상주택을 주고, 사교육비 없는 세상을 주고, 늙어서도 돈 걱정, 병원 걱정 하지 않게 해주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우린 그런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왔고,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 경제개발시대 온 몸으로 노력하던 모습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와 내 가족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었다.

지금도 그런 노력은 계속된다.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학원에서 기를 쓰고, 부모들은 직장에서 매일 지속되는 야근을 버틴다. 오직 우리 가족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은 하루종일 공부만하고 어른들은 하루종일 일만 한다. 야생의 동물들이 자신과 새끼들을 부양하기 위해 하루종일 먹이를 찾아다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생존을 위한 투쟁장인 대한민국이 야생과 같은 곳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는 지옥으 로 명명한다. 모두가 원하는 것은 한 가지다. 생존. '먹고 사는 것'. '99%의 민중은 개, 돼지와 같다. 먹고 사는 것만 해결해주면 된다.' 지난주 온 국민을 분노케 한 교육부 고위공직 자의 발언이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해 걱정없는 소수 1%를 제외하고 어떻게 하면 먹고 살 수 있나만을 고민하고 살아가고 있는 99%의 고민과 바람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신도 그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꽤 높은 수입이 정년까지 보장되고 그 이후에는 죽을 때까지 연금이 보장되는 고위공무원직을 쟁취하여 민중의 지위를 벗어난 것 뿐이다. 이는 편법이 아닌 행정고시라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험을 통해 이루어졌다. 당시 나향욱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분노한 경향신문기자들은 그 자리에서 몇 차례 진위와 해명을 그에게 요구했지만 그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당시 과음과 과로가 겹쳐 이야기를 제대로 못 한것이라고 한 다. 그가 맨 정신이었다면 어떻게 이 야기했을까. 아니 어떻게 이야기를 했어야 했을까.

교육부의 친서민 교육정책 '모두를 배려하는 교육, 교육비 부담 없는 학교'를 추진한 자로 “누구든지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교육으로 실현하겠다”라는 포부를 가지고 온갖 노력을 다 해왔지만 미친듯이 내 자식에게만 경도된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이기적인 행동때문에 결국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모든 국민들이 개, 돼지들처럼 진흙탕에서 서로 물어 뜯게 되었다. 그래서 교육부정책 담당자로서 그 울분을 토로한 것이다. 나의 이상과 꿈은 국민들에게 소귀에 경읽기에 불과하다. 이렇게 변명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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