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 밥과 무기와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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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칼럼] 밥과 무기와 믿음
  • 관리자
  • 승인 2016.08.3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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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덕(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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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불신의 시대이다. 국민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정부는 국민을 믿지 못한다. 국민들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를 무던히도 괴롭혔던 이 문제가 이제는 국방과 관련하여 재현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그것이다. 일개 서생으로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도 그랬거니와 사드 배치 문제 또한 우리의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마냥 무관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듯하다.

연전 미국에서 발원한 한반도 사드 배치 주장을 둘러싸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사드를 설치하면 실제로 북한의 핵 도발을 저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을 배경에 두고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는 사드 배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과 사드 배치가 중국을 자극하여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전쟁의 위험성을 오히려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하여 왔다. 또 일각에서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현재 최대의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개진하여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일 년이 넘도록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계속하여 강변해 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 갑자기 장소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의 하에 하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며칠 뒤에는 사드 포대를 경북 성주군에 배치할 것이라고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이에 대해 성주 군민들은 격렬히 반발하였고, 삭발과 시위를 통해 정부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고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반발에 대해 정부의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의 발언을 통해, 사드 도입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정쟁의 대상이 아니며, 지역민들 사이에 '불순세력'이 개입하지 않도록 차단하여 분열과 사회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대통령의 말씀이 옳을 것이다. 안보 문제에 관한 한 국민 모두가 일치단결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목숨과 공동체의 안위가 달린 문제가 아닌가? 그런데 서로 평행선이다. 전자파유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영향이 없다고 아무리 강조하여도 성주 사람들은 납득하려 들지 않는다. 그리고 여론은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리고 어디에 배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한 번 따져 보자. 성주 군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불순세력의 개입과 조종으로 인해 일어난 일일까? 그리고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사회 '일각'의 논란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자는 것일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사단은, 사드 배치가 어째서 안보상 꼭 필요한지에 대해, 또 만약 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자세하고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바로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조급함, 그리고 일관성 결여가 초래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혼란은 정부가 야기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분열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다. 박대통령도 언급하였듯이 답은 소통에 있다. 일반 국민들이 모두 안보 전문가가 될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중요한 국가정책이 시행될 때 그 정책이 그 분야 전문가들의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서 결정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민으로서 그 정책의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납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소통이다. 그리고 이는 민주국가라면 국민의 기본적 권리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소통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야말로 공동체를 튼튼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기초일 것이다.

다음은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어떤 대화이다. 우리 시대에도 이 대화는 여전히 유효할 듯하다.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경제를 잘 살펴 백성들이 먹고 살게 해야지. 나라를 지킬 군비를 충분히 갖추어야지. 백성들이 믿도록 해야지.” “이 셋 중에서 어쩔 수 없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요?” “군비를 포기해야겠지.” “남은 둘 중에서 어쩔 수 없어서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요?” “경제를 포기해야겠지.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지만, 백성들이 믿지를 않으면 설 수도 없거든.” 子貢問政。子曰:「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於斯三者何先?」 曰:「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논어 안연편 제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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