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 그 자리에서 행복 찾기
상태바
[한울안 칼럼] 그 자리에서 행복 찾기
  • 관리자
  • 승인 2016.09.02 0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관응 교무(경남교구 신현교당)

육관응 교무님.jpg

거제 문동에 아담한 숲 카페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꽃 자수 작품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름이 궁금한 꽃자수를 비롯 눈에 익은 꽃 자수도 있다. 정성이 담긴 작품이라 그 나름의 정취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우선 마음이 편안하다.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포근함이 온 몸을 감쌌다. 마치 명상을 하고 난 뒤의 느낌과 같았다. 한 점 구매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시 일기도 했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문을 열고 나오다 화단 한쪽 귀퉁이에 '들꽃은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는 글귀를 보게 됐다.

한참 동안 이 글귀를 의미해 보았다. 산과 들판, 강가, 골목에서 들꽃을 보긴 했지만 이런 깊은 생각까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자리든 자리를 지켜 주고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기는 했다. 간혹 관심을 갖고 손길을 주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혼자 즐겼을 뿐이다.

그동안 외형만 보고 그 깊이를 등한시 한 측면이 있었다. 생각에서 벗어나니 화단 여기저기에 그 나름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돌 틈에 뿌리를 내리면 그에 맞게 적응하고 탄탄한 땅에 자리 잡으면 그에 맞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자리를 골라서 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리에 연연하기보다 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거 시절의 반성으로 이어졌다.

교법을 말로 배우고 몸으로 실천하고 마음으로 증득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힘들이지 않고 결과물을 얻으려고 한 어리석음이다. 몸으로 실천하지 않고생각으로만 꽃을 피었던 시절에 대한 반성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니 모든 게 자유스러웠다.

몸에 변화가 일어나니 즐거움이 배가 됐다. 자신이 처한 곳에 행복이 있음을 알게 됐다. 뭐가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는지 웃음이 나왔다. 이것을 알아차림이라 표현한다. 실천을 하면 삼라만상에 대한 알아차림이 지속되게 되어 있다.

생각해 보시라. 가만히 있으면 누가 떡을 가져다주겠는가. 밥을 거저 주겠는가. 물 한모금도 주지 않는다. 실천을 하다 보면 '이래서 그렇구나 저래서 그랬구나'를 알게 된다. 이 즐거움을 누리면 지위, 권위, 명예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외형은 내면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된거다.

오직 정성스런 집중을 하다보면 내면 에너지의 확장을 하게 되어 있다.그 움직임은 놀랍다. 그 방법만 알면그렇게 된다. 그동안 쉽게 할 수 있음에도 그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어렵다고 생각하니 중단하게 된다.

대종경 부촉품 12장에서 대종사께서 “수도인이 마음을 굳게 세우고 한 번 이루어 보기로 정성을 다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쉬운 일이 되어질 것이요,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안 하려는 사람과 하다가 중단하는 사람에게는 다 어려운 일이 된다”고 하신 말씀에 공감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 주인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행을 하는 그 모습이 숭고하다. 그러다 증득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떠벌릴 필요가 없다. 그날도 그 다음날도 일상은 똑같다. 그저 그 자리에서 계속 행하고 있을 뿐이다.

교단에서도 공부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나가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행하지 않고 얻으려고만 하는 좁쌀 공부인이 많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 자리 그 자리에서 오직 실행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