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 평화와 함께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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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 평화와 함께 보낸 하루
  • 관리자
  • 승인 2016.10.1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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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신 청년교도(영등포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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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정치·경제, 사회·문화 과목을 싫어했다는 이유로 살면서 정치와 사회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다. 그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있던 것은 선거권을 행사하는 일 밖에 없었다. '사드'와 '평화'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그저 윗선들이 알아서 짜고 치는 고스톱 판과 다름이 없겠지 하는 생각만 했다.

그러던 중 나는 핵보다도 사드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는 국민들을 보호하고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미명아래 마구잡이식 권리를 행사하려는 결정권자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드의 포대가 적에게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실리의 포대도 어느 쪽으로 방향을 향하는지가 뻔히 보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천고마비의 계절, 황금 같은 3일의 연휴기간, 정말 푸른 하늘에 어디로든 뛰쳐나가고픈 마음을 가슴 깊숙히 눌러두고 일요일 법회 후 단원들과 교화단회 겸 대책위와 함께 뜻을 모아주기 위해 우중에 국방부를 찾았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함께 동행한 아기는 유모차에 태워져 있고 바람도 제법 불어 안으로 내리치는 비를 가리고자 간이천막을 준비하였으나 경찰의 제지로 인해 설치되지 못했다.
순간 너무한다는 생각과 그들에 대한 원망감이 경계로 찾아왔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그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면 그들 또한 스스로 원해서 그리했던 게 아니라 모든 것이 명령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으리라'생각되면서 원망심을 내려놓았다. 빗줄기는 강함과 약함이 반복되며 오르내려도 교무님과 교도님들의 염원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와 기절하고 나니 또 아침이 밝았다. 목욕재계를 한 후 오늘의 기도회 당번교당으로 교무님과 교도님을 대동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국방부에 다시 모였다. 어제보다 훨씬 더 많은 재가·출가의 기운이 위력을 보여 하늘에 닿을 것만 같았다.

한 시간 이상이 되니 정좌한 다리에 쥐가 나고 다리를 풀고 눕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데 앞에 계신 교무님들도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게 앉아 계시다는 것을 생각하고 망념이 오르려는 것을 없애버렸다. 인자하신 정산종사님이라면 어찌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다잡았다.
반대편의 전쟁기념관에서는 수십대의 버스들과 피켓이 꼬리를 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들어간다. '평화통일 기도성회'라는 현수막이 휘날리며 같은 로고가 새겨진 흰 티를 입은 노인들이 앞을 지나가며 장엄하게 기도하고 있는 우리들을 본다. 국방부 정문 앞을 지나는 사람은 겨우 외국인 몇몇과 일부의 시민이었으나 오늘은 기도회로 들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타종교라는 선입견으로 보이지 않고 우리의 뜻을 하나라도 더 알릴 수 있는 좋은 날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만들었다.
또한 어쨌건 표면적이라도 우리와 같이 평화와 통일을 기원한다니 적어도 오늘 서울의 중심부에는 평화의 비둘기와 교무님들의 정복위에 소복이 앉은 파란나비가 함께 날고 뛰노니 얼마나 자연친화적인 하루일까 슬쩍 미소가 지어졌다.

마지막으로 광화문으로 이동해 개천절행사를 하고 있던 광장 뒤편에 평화라는 글자를 만들어주신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조용히 평화명상기도를 함께 하였다. 경찰들의 제지행위와 그들의 무전기가 쉴틈 없이 작동했지만 각종 소음 앞에서 조용히 이뤄지는 기도가 비단 원불교인 뿐만 아니라 순간 같은 공간에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도 나지막한 울림이 되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어려웠던 환란의 시대, 나 자신보다도 우리나라보다도 세계 인류의 화합을 강조하신 우리 큰 스승님의 사상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지금.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심인을 찍으며 다시 한번 성지와 사드의 공존을 반대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정신을 새겨본다.
그것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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