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품격. 김광진 '진심' 담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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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품격. 김광진 '진심' 담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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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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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행가」⑪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PD '함께하는 저녁 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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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은 수수하게 차려도 멀리서부터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데 가수 김광진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며칠전에도 우연히 여의도에서 마주쳤는데 그렇게 일반인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밝고 가정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이는데 어디서 그렇게 진한 감성과 특별한 이야기가 쏟아지는지 같이 프로그램도 많이 해봤는데 도통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입니다.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유능한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이기도한 경제전문가 김광진으로 보자면 지성적 외모가 딱입니다. 음반을 낸 이유가 증권회사 다닐 때 후배들이 그가 음악하는 것을 믿지 않아서였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니 그에 대한 의심(?)은 저만 그런게 아닌가봅니다. 하나를 잘하면 열을 잘 하는건지, 두 가지 직업에서 그는 성공했습니다.
그의 음악색깔과 딱 맞는 그룹명인 '더 클래식'으로 발표한 '마법의 성'부터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서약(한동준 노래)' '처음 느낌 그대로' '기억해줘(이소라 노래)' '덩크슛(이승환노래)'그가 부른 '동경소녀' '여우야' '진심' '편지'는 가요계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약간 힘없는 듯, 담담하고 기교없이 부르는 그의 노래는 그래서 질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치 백화점에서만 파는 비싼 무공해 식품 같다고나 할까요.

특히 '진심', '편지' 이 두곡은 이별을 주제로 한 가요 중 가장 품격있는 노래가 아닐까합니다. 먼저 '편지'를 들어보죠.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하오”

억지 노력, 대중가요에서는 처음 들어본 이 가사가 어찌나 확 와닿던지요. 기대도 포기하게 되는 사랑, 얼마나 맥빠질까요. 김광진의 아내가 쓴 가사인데 부부의 재능이 대단합니다. 그렇죠, 잘 맞는 사람들은 50만 노력해도 잘 살수 있는데, 아무리 사랑해도 안 맞으면 10000을 노력해도 어긋나죠. 총론도 중요하지만 각론도 중요한게 인간의 사랑인가봅니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그대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차라리 싸우는게 낫지,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침묵만큼 잔인한 고문이 또 있을까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도 안되는 인연… 달라서 좋았건만 그 다름이 독이 되는 사랑… 이번에는 김광진이 쓴 가사 '진심'을 들어봅니다.

“그렇게 화내지 마요. 그말은 진심이 아니죠. 꿈만큼 이룰꺼에요. 너무 늦었단 말은 없어요. 그대를 지켜주는 건 그대 안에 있어요. 강해져야만 해요. 그것만이 언제나 바램이죠”

사랑마저 포기해야하는 꿈이 조국의 독립말고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계속 싸우고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 어느날, 정말 벼락 맞은 것처럼 '여기까지만!' 그런 결단을 하게되죠.

먼저 이별을 말했다고 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닐겁니다. 상대방에게 이런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해주며 헤어질 수 있다면 이별도 참 멋진 선택입니다. 가을엔 이별하지 말라는데 이 두 노래는 요즘 듣기 참 좋습니다. 제가 본 김광진은 봄처럼 밝고 여름처럼 활기찬데 노래는 가을이니 이래저래 알 수 없는 뮤지션입니다. 천재라 그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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