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이 만난 사람] 상상력과 창의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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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 만난 사람] 상상력과 창의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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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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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내가 '나'로 존재하고'별'이 된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감탄할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우리 안의 '별'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개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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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영 교도(강남교당, 이하 서) : 교수님, 반갑습니다. 강남교당 자곡동 신축 이후 대각전이 아닌, 중도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계단에 앉아 경청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원불교와는 혹시 인연이 있으신지요?

최진석 교수(이하 최) : 몇 년 전에 한 경영인 모임에서 강연을 했는데, 그곳에서 박오진 회장을 만났습니다. 강의가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었어요. 교전도 선물 받아 읽어 보았습니다. 최근엔 '소태산 평전'을 받고 읽어보았습니다.

: 우리 사회는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사상의 뿌리가 깊습니다. 최근 노자의 사상이 가히 신드롬을 일으킨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공자와 노자의 사상, 그 '다름'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 노자를 이해하려면 먼저 공자의 사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공자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를 '인간한테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사상이 당시 혁명적이었던 이유는 그 이전엔 인간이 인간인 이유가 인간이 아니라 니고 하늘, 즉 신에게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자는 '인간'을 보았습니다. 즉 인간이 인간인 이유가 인간에 있다고 본 것인데 중요한 것은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믿은 것이 아니고 '생각'했습니다. 공자는 인간이 되기 위한 체계를 '예'라 하였고 이는 '극기복례(克己復禮)'로 압축됩니다. 나를 단련시켜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선'에 나를 일치시키는 것이 극기복례입니다.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의 이념은 나에서 우리로, 여기에서 저기로, 일상에서 이상으로 가는 것입니다. 또한 이 사회가 잘 유지되어 가기위해 보편성(=보편적 기준)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노자는 그 보편적 기준을 폭력으로 봅니다. 노자는 어떤 조직이나 사회가 하나의 이념을 따르게 하면 그 사회는 일종의 동맥경화에 걸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 먼 곳에 있는 보편적 기준은 인간이 조작해서 만든 것으로 보았으므로 열리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라,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라고 했습니다. 즉 노자의 핵심은 '거피취차(去彼取此)'입니다. 공자나 맹자가 말하는 '성인의 말씀'대로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성인이 만든 세상일 뿐이며 여기 있는 '네 자신으로 돌아오라'고 말합니다. 거창한 이념 따위는 버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만의 무위의 삶에 충실하라고 말합니다.

: 진정한 자기 자신만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요?

: 근래 4차 산업혁명이 화두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 그리고 창의성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진국을 따라갔습니다. 중진국까지는 따라 하기만하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선진
국은 따라 하기만 해서는 가기 어려운 길입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우리가 만든 것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과연 있습니까? 찾기 힘듭니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은 앞서간 경험이 있는 나라들입니다. 그것이 선진국입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앞서가는 것. 그 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상상력과 창의성인데, 그것은 발휘하는 게 아니라 '발휘되는 것'입니다.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즉 기능이 아니라 인격이죠. 그 사회가 창의력이 튀어나올만한 인격이 준비되어 있어야합니다.

그 바탕은 문제를 발견하고 질문하는데 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는 질문보다 대답을 더 많이 요구했던 사회입니다. 누가 더 원래 모습대로 뱉어내느냐, 누가 더 빨리 뱉어내느냐, 누가 더 많이 뱉어내느냐를 기준으로 가려졌습니다. 이때의 인간은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식과 이론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는 인간은 비로소 독립적이고 비로소 자기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별'인 것입니다.

즉 상상력과 창의력이 넘치려면 내가 나로 존재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아닌 '나'를 보아야합니다. 바람직한 것을 하려고 했는지/바라는 것을 하려고 했는지, 해야 할 일을 했는지/하고 싶은 일을 했는지, 좋은 일을 했는지/좋아하는 일을 했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그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따라 하기가 아닌, 상상력과 창의성의 세계,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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