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공간을 찾아서(1)] 마음에 ‘心’표 한 장, 북바이북
상태바
[새 연재][공간을 찾아서(1)] 마음에 ‘心’표 한 장, 북바이북
  • 관리자
  • 승인 2016.12.12 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울안신문 조우리 기자

북바이북 1.jpg

긴긴 겨울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책이 적적한 시간을 달래주던 시절이 있었다.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신파소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밤을 꼴딱 새기도 했었다. 누군가의 흔적이 물든 밑줄 쳐진 문장에 눈길이 가고, 책에서 풍겨오는 쾌쾌한 종이 냄새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냄새가 깊게 배어 있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함께 웃고, 울면서 사랑들을 이해했고,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공감하고 느낀바를 공유했다.

하지만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인터넷 기사와 글들은 우리에게서 점점 종이가 주는 감성과 멀어지게 했다. 나와 함께 공감해 줄 사람냄새가 풍겨있는 공간까지 잃어버린 듯하다.

그런데 여기 Book By Book에서는 왠지 우리에게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가져다 줄 것 같은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특별한 분위기로 사랑 받는 Book By Book은 아담하면서도 편안한 분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형서점처럼 다양한 종류의 책을 구비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작은 동네서점에는 특별한 꼬리표가 붙어 있다. 맥북(맥주와 책)하기 좋은 서점, 책갈피 형태의 책 꼬리표가 눈길을 끄는 서점…. 이 서점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꼬리표는 다른 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 마저 들게 한다.

북바이북 2.jpg

저마다의 인생이 담긴 각양 각색의 손 글씨로 적힌 책 꼬리표는 연애편지 마냥 설레게 하고, 꼬리표가 많은 책일수록 왠지 꽤 괜찮은 책처럼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한가로운 점심시간이면 주변 직장인들은 이곳을 찾아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다른 이들이 적어놓은 꼬리표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맥주와 차를 즐기며 책을 읽을 수 있고, 지하에 마련된 문화공간과 작가와의 토크 콘서트는 책과 우리를 조금 더 친밀하고 깊게 만들어 준다.

귓가를 맴도는 음악과 책장 넘기는 소리, 그리고 향긋한 커피 향기는 누군가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책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자석처럼 이곳에 이끌리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치부가 될 꼬리표. 하지만 책들에게는 그야 책과 사람이 소통하는 북바이북 마음에 '心'표 한 장 원기101년 12월 17일 말로 영광의 꼬리표. 사람들은 원하면 누구든 꼬리표를 작성 할 수 있고, 덤으로 무료 커피까지 마실 수 있다니 금상첨화 아닌가. 무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첫째, 책을 2권 이상 구매 했을 경우. 둘째, 책꼬리 써주었을 경우. 셋째, Book By Book에서 구매한 책을 다시 판매할 경우. 넷째 비오는 날 책 구매할 경우. 다섯째, 미세먼지 주의보 날 책을 구매했을 경우다.

우리는 책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며, 옛 향수를 떠올리곤 한다. 한 장의 책장에는 내가 간직하고픈 문장도, 삶의 지혜도, 애틋한 사랑도 담겨있다. Book By Book은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다. 책과 사람을 이어주고, 책과 책을 이어주는 공간에서 마음의 심(心)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 어떠한 인생의 고난이나 역경에도 나는 태연하고 싶다”

- 어느 책 꼬리표 중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19-4 1층 북바이북 ☎ 02)308-0831

조수경 기자
('공간을찾아서'는 격주로 연재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