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재난 '예고', 『판도라』는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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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재난 '예고', 『판도라』는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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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2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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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사직교당, 원불교환경연대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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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 열어보니 재난 아닌 공포”
“재미보다 먹먹함, 현실과 닮아 겁 덜컥”
개봉 일주일 만에 145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판도라'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다. 평가만 놓고 보면 선뜻 관객들이 몰리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공포영화 시즌인 여름도 아니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류의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가 주를 이루어야 할 12월에 개봉한 재난영화가 이토록 주목을 받는 이유는?
후쿠시마 사고를 모티브로 한 영화 '판도라'를 보고 나면 쉽게 정리되지 않는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느라 한동안 말문을 잊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지진으로 인해 노후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사고를 숨기고 축소하기에 급급해 더 큰 재난을 야기하는 상황이 현실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이뤄 소름이 끼친다. 말 그대로 '재난이 아닌 현실적 공포'에 가깝다.
핵발전소의 또 다른 이름, 꺼지지 않는 불! 세상에 이보다 더 속수무책인 괴물이 또 있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원자로 폭발 사고는 발전소 내부는 물론이고 어마무시하게 퍼져나가는 방사능으로 수십 km 떨어져 있는 사람들까지 '영문 모를 희생자'로 만들게 된다. 더구나 더 큰 2차 사고를 막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내 가족이라도 살리기 위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방사능 용광로에 들어가 땜질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 피폭된 부상자들을 치료하면서 2차 피폭을 감내해야 하는 의료진, 피난 중에도 이유 없이 쓰러지는 이들을 속수무책 지켜봐야 한다. 꺼지지 않는 불, 원자로가 식지 않는 한 거대한 방사능 공기가 끝없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라 새삼 충격이랄 것도 없다. 정작 화가 나는 것은, 무슨 대단한 기술이라도 되는 양 '선진 기술 수출'운운하며 첨단 기술로 내세우던 원전이 실은 '밥솥의 원리'로 물을 끓여 수증기 압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아주 단순한 기술이라는 것, 사고가 나면 수백만 아니 수천만의 목숨을 위협하는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게 '냉각수가 새는 파이프 관을 용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 수습을 위해 숙련된 기술자나 원자력 관련 전문가가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각오할 용기와 희생정신이 있는' 시민영웅을 공개모집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영화라서 극적인 연출을 위해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천만에!
뜨거운 열기와 엄청난 수치의 방사능 공기로 가득 찬 저수조 탱크에서도 작업자 헬멧에 달린 작은 카메라로 순식간에 전국에 생중계를 할 수 있는 방송기술, 그리고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현장에 있는 소방관 무선기로 곧바로 직통 연결되는 통신기술의 첨단성에 비해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대피계획과 대처요령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전무하다는 것은 가설이 아닌 현실이다.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선임연구위원은 한술 더 떠 12월 9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만약 800t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저장되어 있는 고리3호기 저장조에 화재가 발생하면-영화 속 최후의 상황이 비극이었다면-세슘137이 체르노빌 사고에서 누출된 양의 약 30배 이상이 누출되고, 기상 조건에 따라 최대 약 9만 4000km²지역이 피난지역으로 변하고 최대 2,400만 명이 피난해야 한다는 계산결과를 국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피난해야 하는 재앙, '판도라'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 9월 경주지역 지진으로 그동안 멈춰있던 월성 원전 1~4호기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의 결정으로 재가동 승인돼 6일부터 발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경주 지진은 하루가 멀다 하고 흔들리고 있는데 말이다.
현실이 이러니 '살아남을 방법은 하나', 영화「판도라」를 보고 시민의 지혜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세월호에 314명이 갇힌 채 수장되는 시간에 전속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다듬느라 골든타임 다 써버린 박근혜 대통령과, 원전에 대한 여론조작을 공작한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청와대에 있을 때 사고가 현실화되지
않은 천운이 다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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