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 기고]자신의 욕망을 조복하는 것이 수행의 실천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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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 기고]자신의 욕망을 조복하는 것이 수행의 실천이다(1)
  • 관리자
  • 승인 2017.01.1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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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계란대란이다. 조류독감이라고 불리던 가금류의 전염병이 AI라는 팬시한 이름으로 정체를 숨기고한반도에 상륙한지 불과 한 달여 기간에 2,000만 마리에 이르는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되었다. 살처분이란, “가축의 법정전염병 중 특히 심한 전염성 질병의 만연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예방법의 일종으로 감염동물 및 접촉한 동물, 동일 축사의 동물 등을 죽여서 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살아있는 가축들을 산 채로 땅에 묻어서 죽이는 행위”를 뜻하게 된 지 몇 해가 지나고 있다.

허무하게 집단으로 학살되는 가금류는 말할 것도 없고, 살처분의 현장에서 일했던 공무원들이 사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비극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된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정책당국의 책임 있는 대책이나 반성은 듣기 어렵고, 달걀을 비행기로 수입하겠다는 기막힌 발상이 대책으로 발표된다.

지난 몇 달 한국사회는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기득권층의 거짓과 부패와 무능에 당혹하고 분노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들의 놀라운 거짓과 탐욕이 완전히 그들만의 것이라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들은 단지 모두가 불편해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어떤 규칙처럼 통용되었던 것들에 가장 뛰어난 재주를 보였을 뿐, 우리 자신도 그 안에서 아주 소심하게 그렇게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 우리에게 한 알의 계란이 보여주는 삶을 진리를 들여다 볼 안목만 가졌더라도 이렇게 허망하게 망가진 사회를 한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달걀은 그 자체가 생명이며, 살아서 뛰고 날아다니는 생명의 씨이기도 하다. 본래 그러해야 하고 그렇게진화해 왔으며,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때부터 생명의 순환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달걀에서 생명의 순환을 끊어버렸다. 달걀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불편한 단계를 생략하고 무정란을 대량 생산한다.

부활절의 상징으로 생명을 상실한 삶은 달걀을 나누는 기이한 현상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부활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달걀은 부활이 불가능한 무정란으로 대치된 지 오래다. 공장식 축사에서 대량 생산된 달걀처럼 우리들의 종교적 상징도 상업화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어떤 종교교사들은 대중들의 종교적, 윤리적 삶을 격려하기 위하여 육도윤회의 험난한 여로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수백 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생매장 당하고, 수천 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산 채로 묻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소리를 들은 바가 없다. 오히려 세속의 예민한 양심을 통해서 죽어가는 생명의 탄식이 음악이 되고, 문학이 되고, 예술이 되었을 뿐이다.

정치기득권자와 마찬가지로 종교권력도 사회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중의 어깨를 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어가고 있다. 어차피 자신의 업으로 주어진 삶이니까 인연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고상한 논리는 개 돼지는 개 돼지로 살다 죽고, 닭 오리는 인연에 따라 산 채로 묻힌들 어쩔 수 없고, 내가 육식을 즐기는 것이야 인간으로 인연법에 따른 것이라는 정당화에 이르고 만다.

붓다께서 철저히 배격하고 했던 힌두교의 결정론이 불법을 따른다는 이들의 구호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은 사제 계층과 평신도 사이의 계급의식으로 드러난다. 이런 종교집단에서 평신도들은 사제 계층에 의해 소비될 뿐, 새롭고 창의적인 종교사상이나 지도자를 잉태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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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이 | 김현진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 박사과정 수료.
종교음식 전문가, 불교인문학 기획자이자 살림큐레이터다.

현재 사찰전문음식점 마지와 아카마지(Aca Maji) 대표.

각종 매체에 종교 음식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저서로「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이 있다.

* 본고는'불교저널'과 동시에 개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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