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저절로 되어지는 것이 교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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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칼럼]저절로 되어지는 것이 교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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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2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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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기 교무(교화훈련부 청소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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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102년 청소년교화박람회는 매년 150분 이상의 청소년 교화자들이 참석합니다. 올해는 'WE路'라는 주제 아래 청소년교화와 연관된 각종 교화프로그램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시간을 진행했습니다. 가장 중요시 생각했던 것은 역시 교화자의 의지결집과 역량강화입니다. 어렵다고 하는 청소년교화의 현실에서 교화자들의 마음을 일차적으로 위로하고, 나아가 위기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방향모색을 함께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많이 듣게 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할 것이 많아? 배워야 할 것들이 왜 이리 많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요즘은 청소년교화를 위해 해야만 하는 공부와 배움들이 참 많습니다. 만나는 청소년들의 삶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합니다. 아이들과 만나서 소통하려면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곁에서 결을 맞춰 걸어 주기 위해선 교화자들 역시 복잡하게 살아야 합니다.

박람회에 참석한 지긋한 선배교무님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 교역자생활도 교당살림도 다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과연 좋은 교화자인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러네 저러네 하더라도 청소년교화의 당무부서에 근무하며 청소년교화에 관련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와 관련된 교화이야기를 참 많이 합니다. 박람회 때 이런 저런 고백을 전해주신 선배교무님의 말씀처럼 우리들 교화자는 모두들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지만 '청소년교화가 무엇인지, 교화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지금 어떤 교화를 하며 살고 있는지 우리에게는 이런 질문이 더욱 필요한 때이구나'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우리 시대의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당장 아쉽고 급하다고 변명하며 교화에 관련한 기능적인 배움과 손에 잡히고 당장 써먹을 학습에만 우리는 집중했는지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내고, 교화적 성과를 이루기에는 기능적 학습보다는 나만의 교화방법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대답들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저절로 되어지는 것이 교화라지만, 또한 저절로 되어지지 않는 것이 지금 시대의 교화인 것 같습니다.
봄이 옵니다. 얼마 후면 청소년들은 새학기를 맞이합니다. 한 학년 진급하여 새로운 학년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은 새 학기 새 학년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 없다 합니다. 선행학습 때문입니다. 진급법회라는 말이 무색함은 학년의 경계가 선행학습들로 무뎌져 새로운 설렘이 없습니다. 어렸을 때 외할머니께서 '너도 이제 물 맛을 아니?'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사람이 물 맛을 안다는 것을 좀 확대해서 새겨보자면, 자신의 하루 일과나 사람 관계에서, 물 맛처럼 특별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곁에 있는 듯 마는 듯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줄 알다가 그것이 삶의 진면목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것입니다. 새 학기, 새 학년의 설렘을 잊은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물 맛을 느끼게 해줘야 할까요?
천 번을 흔들려야 출가를 하고 교무가 된다고들 합니다. 천 번을 흔들려서 교무가 되었는데 교무가 된 사람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까요? 교화를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마음에 쏙 드는 문답 역시 천 번은 더 오고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단, 그 문답들이 조금은 더 유쾌해졌으면 합니다. 모두 저마다 교화자로서 거듭나는 자기성장을 위해서도, 이 시대의 복잡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청소년들과 함께 성장하며 그들이 물 맛이란 것을 더욱 잘 알아가기 위해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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