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아픔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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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아픔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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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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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행가」(21) ㅣ 조휴정 PD(KBS1 라디오 PD,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정수라의 '지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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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래를 '매끄럽게', '너무' 잘하는 가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음정 딱딱 맞춰 정확하게 부르면 '감정'보다 가수만 보여서 매력이 떨어진다고나 할까요. 물론, 맑은 음색보다는 허스키 보이스를 좋아하는 제 취향의 문제가 더 클 겁니다. 그래서 정수라는 같은 세대로 오래 많이 들었지만 가슴에 팍 꽂히는 노래는 없었습니다.

물론 광고라는 걸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가 부른 수많은 CM송을 들으며 성장했고 대학교 때는'바람이었나', '난너에게'를 들으며 연애를 했죠. '환희'는 저의 노래방 애창곡이며 '아버지의 의자', '아 대한민국', '풀잎이슬', '내 사랑을 본 적이 있나요'등은 지금도 많이 선곡하는 노래이고요.
뿐만 아니라 정수라는 공개방송 섭외 1순위입니다. 완벽한 노래야 설명이 필요없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들었다 놨다하니 일단, 그녀를 섭외해 놓으면 든든합니다. 그런데도 늘 저에겐 2% 부족했습니다. 완벽한데 심장까지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우연히 '지나가면(2005년 15집, 박주연 작사 차길완 작곡)'을 듣게 되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앗? 정수라가 이렇게도 노래를 부르는구나! 이탈리아 장인처럼 한 소절 한 소절 정성스럽게 감정을 실어 부른 이 노래가 저에겐 정수라를 명품가수로 받아들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유행가 가사의 대가, 박주연의 섬세한 가사도 물론 좋았지만 정수라 아니면 이렇게 부를 수 있었을까요.
“지나가면 그걸로 그만 일거야. 지나가면 기억도 거짓말을 해. 생각해봐 몇 년 쯤 지난 내 모습. 그때도 오늘처럼 이렇기야 하겠니. 나 괜찮다 말하면 그렇게 믿고 떠나가. 기대 할 수 있는 그 어떤 여지도 너 남겨 두지마. 이렇게 울먹인 채 이렇게 나를 걱정한 채 어떻게 넌 날 잊겠다 하는지. 왜 없겠니. 원망할 그 날 들을. 왜 없겠니. 그 끝에 있을 그리움. 어쩌다가 남아 있을 그 아픔을 좋았던 날들에 미친 걸로 생각을 할게” 마음이 칼로 무 베듯, 싹뚝 접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이 끝나는 지점이 두 사람 동시에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워서, 힘들어서 헤어졌으니 싫었던 것만 기억나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요. 떠나야 한다고 확신이 섰다면 발길도 같이 돌려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간신이 헤어진다 해도 그 사람이 좋아했던 노래,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식, 그 사람과 걸었던 거리가 여전히 남아있고 사랑했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리움은 불쑥, 가슴을 아프게 찢으며 솟구칩니다. 사랑, 정말, 함부로 할게 못됩니다. 사랑의 비극은 끝나도 끝나지 않는다는 것, 원망해도 그리움은 또 그리움대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천국이자 지옥이기도합니다. 그런데, 사랑을 이기는 것이 있죠. 시간입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돌려 놓습니다. 아닌 것은 결국,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참 명언 중의 명언입니다.

정수라는 방송국에서도 자주 봤고 무대 밖에서는 정말 소탈해서 친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어린 시절부터 톱스타였기에 정수라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나봅니다.

그런데 이 노래 때문에 처음으로 정수라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그녀의 마음, 그녀가 들려줄 노래가 모두 궁금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수라는 천하무적입니다. 노래 잘하는 순서로 따진다면 최상위권이니 말할 필요도 없고 이제 깊이까지 장착했으니 셀렝 디옹 쯤은 뺨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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