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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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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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0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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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기 교무 (교화훈련부 청소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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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담론과 구체적 실천과제를 고민하는 힘

(사)평화의 친구들에 새로운 사무국장이 부임했습니다. 인류학을 전공하고, 유해발굴 감식단으로 활동하던 경력의 소유자로, 평화운동에 오래전부터 뜻을 품어온 건강한 청년이 우리와 인연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식사 후 하이원빌리지 은행나무 밑에서 봄볕을 맞다가 세월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신임 사무국장은 지인들과의 인연으로 목포 현장에 다녀왔기에 이런 저런 질문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세월호'라는 사안이 그렇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든지 무겁기도 하고, 잘못 접근하면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민끝에, 세월호 참사를 슬퍼하고 잊지 않으려 애쓰는 시민의 관점에서 몇 가지 생각을 적어봅니다.
첫 번째, 저는 마음이 좀 무거워졌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일상의 붕괴를 목도한 순간까지 그날이 특별했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교당에서 천도재를 모신 후 교무님들과 뉴스로 참사가 일어나는 순간을 보며 충격을 받았던 그날의 기억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 요구 서명에 650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특조위가 만들어졌고, 이후 416연대라는 단체도 생겼고, 유가족협의회에 시민이 재정을 지원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연대의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긍정적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아쉬운점이 많습니다.
단편적인 활동이 많았고,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바람에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생기는 일들로 인한 반목과 갈등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았습니다. 세월호를 비롯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좋게 말하면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쉽게쉽게 다가서던 공감의 정서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각자 각자의 마음들도 많이 아팠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 세심한 감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때로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안 해봤기 때문에 어색하기도 하고 경험이 없어 어떻게 할지 모르기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종교가 가진 의례적 치유의 기능을 생각해봅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아픔 속에서 공감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공감과 지지를'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선체는 인양됐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질문의 답을 찾아야합니다. 참사가 일어나고, 우리들에게는 외면과 회피 부정의 정서들이 도처에 가득했습니다. 도대체 믿을 곳이 어디냐는 물음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도망가면 세월호의 선장과 다를 게 없는 일입니다. 평형수가 중요하다는 법문을 내려주신 종법사님 법문처럼 기울어진 이 나라의 균형이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지혜를 얻고, 원칙을 다시 강조하는 삶의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세월호부터 대통령의 탄핵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촉진하는 동시에 정부의 정책을 검토하고 대안을 찾는 일들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학습했습니다. 멈춤과 긴 호흡, 그리고 다시보기가 참 중요합니다. 종교의 일, 국가의 일로 서로의 영역을 한정 짓고 구분하는 것이 아닌 시민사회활동에서 우리는 어떻게 시민을 말하고 우리 사회의 비전을 만들어 낼지 고민하며 지속적인 담론과 구체적 실천과제를 고민하는 힘을 쌓아야 하겠습니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면 끝 아니냐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왜 인양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미수습자를 찾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규명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이 인양의 목적입니다. 이 세 가지를 충족하지 못하면 인양은 끝난 게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선체조사위가 확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종교계와 시민들은 잘 지켜보고 살펴야합니다. 우리는'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외침과 다짐을 무수히 반복했습니다. 지금이 정말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잊지 말고 질문하고 그 안을 들여다볼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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