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승화강(2)
상태바
수승화강(2)
  • 관리자
  • 승인 2017.05.05 0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12)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내생애첫명상.jpg

수승화강의 원리는 자연에서도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태양의 뜨거운 불 기운이 땅으로 비추게 되면 차가운 물 기운은 증발하게 됩니다. 이 증발된 물이 상승해 뭉치게 되면 구름이 되고 그것이 무거워지면 다시 비가 되어 땅에 뿌려지게 됩니다. 다시 빗물이 햇볕에 의해 증발되어 상승하는 순환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물과 불의 두 기운이 한 쪽으로 고정되어 있다면 그 중간에는 생명이 존재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순환구조 속에서 물과 불의 순환의 중간에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존재하게 됩니다.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소우주인 인체의 내부에도 이런 수승화강의 원리가 똑같이 적용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에서 수기는 신장에서 만들어지고 화기는 심장에서 만들어진다고 가르칩니다. 기운의 순환이 활성화되면 단전은 신장을 뜨겁게 하여 수기를 밀어 올리게 됩니다. 수기가 심장을 차갑게 하면 심장에서는 화기가 빠져나가 임맥을 따라 단전으로 내려갑니다. 수기가 등줄기 독맥을 타고 위로 움직이면 머리가 맑아지고 시원해집니다. 화기가 가슴을 타고 아랫배로 내려가면 장부에 온기가 돌게 됩니다.
수승화강이 잘 되지 않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정전」좌선법, '단전주의 필요'에서는“마음을 머리나 외경에 주한즉 생각이 동하고 기운이 올라 안정이 잘 되지 아니하고, 마음을 단전에 주한즉 생각이 잘 동하지 아니하고 기운도 잘 내리게 되어 안정을 쉽게 얻나니라”고 설명합니다.
현대인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머리를 많이 쓰게 되면서 화기가 머리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들에 의해 임맥이 막히고 기의 정상적인 흐름이 역전되어 화기가 위로 치솟게 됩니다. 이렇게 수승화강이 깨지게 되면 입술이 타고 손발이 차며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해집니다. 또한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가 결리며 항상 피곤하고 소화가 안 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반대로 수승화강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윤활한 침이 입안에 고이고 머리가 맑고 시원하며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아랫배가 따뜻해지고 힘이 생기며 내장의 기능이 왕성해집니다.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으며 마음이 안정되어 편안해지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자신의 좌선 공부의 척도를 수승화강에서 찾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수승화강이 안 되면 명상이 안 되었다고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수승화강은 좌선이 잘 되었을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현상일 뿐이지 좌선 수행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전」좌선법에서도 좌선의 공덕을 열 가지로 밝혀주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는 수승화강은 보이지 않습니다. 좌선은 사심(邪心)을 정심(正心)으로 변화시켜 자성의 혜광(慧光)이 나타나면 일상에서 극락을 수용하고 생사에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입니다.
결국 수승화강은 목표를 향하는 길에 나타나는 외부의 광경 또는 현상에 불과할 뿐이며 좌선의 목적은 아닙니다.
원불교적인 관점에 따라 단전을 이해한다면 유한한 기운을 기르는 것 보다는 단전주 수행을 통해 자유롭고 무한한'마음 기틀(「대종경」교의품 24장, 수행품 37장)을 쌓는(築機) 것'으로 공부의 표준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비유하면'축기(蓄氣)'는 사용량이 끝나면 수명이 다하는 건전지와 같다면, '마음 기틀'을 쌓는'축기(築機)'는 무한히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 또는 인터넷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 또는 웹하드와 같은 저장창고인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단순한 육체적 관점의 단전에 머물기보다는 전신(全身)단전, 천지(天地)단전, 우주(宇宙)단전으로 확대해 나아가는 것이'작은 데에 들이던 그 공력을 다시 큰 데로 돌려(대종경수행품 37장)'골라 맞는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